[비로봉에서] 씁쓸한 여운 남긴 문재인 대통령의 원주 행차
[비로봉에서] 씁쓸한 여운 남긴 문재인 대통령의 원주 행차
  • 심규정 기자
  • 승인 2021.01.17 22:5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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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 [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 [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 중앙선 원주~제천 복선전철 개통식에 참석한 것을 두고 오랫동안 씁쓸한 여운이 남는 이유는 왜일까. 코로나19 확산 속에 행사 참석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의 자치단체장을 배제한 것은 더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다. 이러쿵저러쿵 지역 통신을 들먹이고 싶지도 않다.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코로나19 지역 감염이 확산하는 마당에 문 대통령이 과연 지역을 배려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원주의 코로나19 상황은 어떤가. 수도권 확진자 규모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강원도 내 최다 발생지역이다. 경기, 충북지역과 맞닿아 있는 데다 철도와 고속도로가 열십자로 교차하는 교통의 중심지. 도간 경계를 쉴새없이 오갈 수 있는등 감염에 취약한 지리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 교회발, 가족발 감염이 속출해 불안과 공포가 우리 가슴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다. 모두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화들짝 놀란 보건당국은 코로나19 확산 차단과 방역 대책 추진에 연일 온몸이 파김치가 될 지경이다. 시민들은 이 같은 상황이 언제 잠잠해질지, 사회적 거리두기는 계속 이어질지, 백신은 믿을 수 있는지, 이러다 바이러스와 영영 동거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증이 가득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중앙선 원주~제천 복선전철 개통식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원주를 떴다.

대통령의 지역을 위한 세심한 배려와 따스한 위로의 메시지를 강원도민들은 듣고 싶다. “물론 중앙선 원주~제천 복선전철 구간에 친환경 열차가 처음 도입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수 있다”며 “청와대가 밝힌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했다면 차라리 개통식을 취소하지...”라는 여당 지지자의 말은 그래서 더더욱 공감이 간다.

모든 일정을 분 단위로 쪼개 소화하는 대통령 동선 상 불가피한 측면도 있을 수 있지만, 코로나19 행보만큼 갈급한 상황이 또 무엇이 있을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문 대통령은 강원도 코로나19 확산의 상징적 지역인 원주시에서 재난안전대책본부나 감염병 전담병원을 방문해 지역감염 실태를 살펴보고 관련자들을 격려했어야 마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어야 했다. 이 같은 일정을 소화하는 데 몇 시간 걸리는 것도 아니고 30분이면 충분했을텐데 말이다. 그래서 아쉬움이 남는다.

칼바람이 뼛속 깊이 파고드는 요즘. 경제는 바닥도 없이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은 사고무친(四顧無親)한 국민에게 안전판 역할을 하는 최후의 보루다. 작은 것(?)을 배려하는 모습이 가뭄 진 것 같아 유감이다. 말을 통한 치유(talking cure), 춘풍풍인(春風風人)의 너그러움이 못내 아쉽다. 문 대통령의 ‘반짝 행차’가 편치 않게 다가온 것은 필자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현실은 고사하고 우리 마음속에라도 블루존(Blue Zone)을 심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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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락 2021-01-21 07:05:13
지역행사에 대통령 방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나 새해 첫 일정
으로 지역 방문이 원주임은 상당한 배려라
생각듭니다.

지창경 2021-01-20 11:25:50
심기자, 난 대통령이 방문해주기만 해도 감사한데요 ...이것저것 꼬투리잡지 맙시다
안오면 안왔다고 할거 아닙니까? 유명인사는 물론이고 사람이 많이 찾는 원주가 생동감있고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