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제민숙 作 / 지친 나의 발에게
[시가 있는 아침]제민숙 作 / 지친 나의 발에게
  • 임영석
  • 승인 2021.01.24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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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나의 발에게

-제민숙 作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이 나를 받들며
반평생 기울여온 변함없는 혼신의 힘
굴곡진 맨발의 생이
눈물겹고 아름답다

균형 잃고 주저앉던 지친 몸도 안아주고
감당 못해 휘청거린 힘든 날도 받아주며
오롯이 전해지던 노고
예사로이 넘겼다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지도 못했다
모른 척 당연한 듯 지탱해준
나의 발이여
이제는 너도 지쳐서 저릿저릿 신호 보내네

 

제민숙 시조집 『아직 괜찮다』, 《황금알》에서

 

 

서경에 나오는 오복은 다섯 가지의 복. 보통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을 이르는데, 유호덕과 고종명 대신 귀(貴)함과 자손이 중다(衆多)함을 곱는다고 한다. 오래 사는 것, 부유하게 사는 것, 건강하게 사는 것, 선하게 사는 것(봉사하고 재능을 기부하는 것), 대를 잇거나 집에서 죽는 것이 오복이라 하였다. 그러나 이를 우리 몸에 비유해 오복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와 소화 기능, 눈, 귀, 대소변을 잘 보는 것을 우리 몸의 오복이라 했다. 그러니 이 오복에 들지 못하는 우리 몸의 신체는 여러모로 서운하다 할 것이다. 어디 우리 신체만 그러랴, 세상을 살아가는 조직에서도 말단 청소하고 밥하고 가장 허드레 한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이 가장 소중함에도 크게 두각 되지 않는다. 제민숙 시인은 바로 우리 몸의 발의 수고로움에 비해 단 한 번도 대접 다운 대접을 받지 못하고 산다고 했다. 건강함은 건강할 때에는 잘 모른다. 내 몸 어디 한 군데 소중하지 않은 곳이 없다. 손가락 하나 발톱 하나 귀하다면 다 귀하고 소중하다면 어떤 금은보화보다도 소중한 것이다. 우리 몸의 신체적 오복은 건강할 때 지켜내야 한다고 한다. 서리 맞아 주저앉은 풀잎은 다시 몸을 세울 수가 없다. 세상이 코로나 19라는 질병으로 내 몸 하나 지탱하기가 버거운 시절이다. 온몸 구부리고 펴는 일을 반복하며 사는 것에 익숙해야 오복을 누릴 것이다. 오래 사는 것, 부유하게 사는 것, 건강한 것, 선하게 사는 것, 집에서 죽거나, 자손을 이어가는 것은 내 몸의 건강함이 지켜주는 것이다. 발의 수고로움을 잘 알지만, 언제나 그 발의 수고를 잘 지켜내는 게 오복을 지키는 일이라 생각한다.

임영석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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