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서핑 1번지’ 양양이 원주에 던지는 교훈
[문화칼럼]‘서핑 1번지’ 양양이 원주에 던지는 교훈
  • 전영철
  • 승인 2021.01.24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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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철 [한국지역창생연구소장]
△전영철 [한국지역창생연구소장]

1960년대생들이 이끌던 스키의 시대가 가고 1990년대생들이 이끄는 서핑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스키의 인구는 2003년과 2004년 시즌 700만 명에 육박하더니 최근에는 400만에 가까울 정도로 매년 10%씩 하락하고 있다. 반면 서핑은 1990년대 초 제주와 부산 등지에서 등장하여 2009년 부산과 동해안에 서핑클럽이 생기더니 최근 70만까지 육박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급기야 양양 중광정의 양양 서피비치가 2020년 한국관광의별에 선정되기에 이르렀다.

서울 양양 간 고속도로의 완전한 개통으로 90분 만에 서울에서 도착하게 되었고,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해외여행의 어려움과 미세먼지를 피해 마니아와 셀럽들의 서핑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서핑학교, 장비를 대여해 주는 렌털샵, 바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웹캠 서비스, 파도를 예측하여 서비스해주는 사업 등 전방위적으로 부수적인 인접산업 및 경제적 파급효과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질 좋은 파도를 주말에만 기다리다 지쳐 직장도 그만두고 귀촌한 젊은 마니아들도 꽤 많아 취미활동으로 인해 지역소멸을 막는 새로운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2020년 동경올림픽은 서핑을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였고 지바현의 이치노미야정(ichinomiya town)이라는 어촌마을이 서핑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양양도 마찬가지로 낙산도립공원의 해제와 동해북부선 고속철도 노선의 확정과 맞물려 과도한 지가상승으로 처음에 제주에 갔다 다시 육지로 유턴한 사람들이 발생했듯이 동해안 여기저기로 거주지를 옮기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양양과 일본의 이치노미야정의 접근 방식은 어떻게 다를까? 이치노미야는 올림픽개최지라는 특성으로 많은 공적자금을 들여 개최지 가꾸기 사업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다양한 측면에서 서핑을 바라보고 그 기본을 다지는 일을 하고 있다. 서핑과 예술, 취미활동을 즐기면서 일과 취미의 조화, 서핑을 통한 청소년문제의 해결과 서핑을 통한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 청소년지원 및 교류 사업 등의 일을 하고 있었다. 양양도 서퍼들의 요구와 수요를 바탕으로 다양한 기반과 편의시설 제공으로 체계적인 서핑해양레저활동특구 수립전략을 세우고 있다. 기존 관광객과 서핑관광객들의 차이점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기존 관광객들은 지갑을 열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적은 반면 서핑 애호가들은 장비 대여, 식음료구입비, 숙박비 등 1박 2일 활동에 객단가로 거의 20만 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한다. 무동력 무공해 활동으로 친환경적인 여가를 즐긴다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이들의 몰입, 자유분방함이 만들어내는 문화도 매력적으로 다양한 예술적인 활동이 덧붙여지기도 한다.

새해 개통한 중앙선 복선 고속철도의 부분 개통으로 원주의 교통여건은 계속해서 좋아지면서 더 치열한 외부관광객 유치전이 코로나 상황에서도 전개되고 있다. 제천, 충주, 영월이 그렇고 단양과 영주, 안동까지도 수도권 관광객을 가로막았던 교통 접근성이 해결되고 매력적인 콘텐츠로 유인하기 위해 준비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원주는 스키와 스노보드 외에 몇 가지 매력적인 레저스포츠활동을 준비해가고 있다. 우선 산악자전거코스가 그렇고 철인3종대회, 겨울철 빙벽등산코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하지만 모두 소비거점과 먼 자연권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으로 도시관광이 가능한 도시산책이나 어슬렁거림이 가능한 대중적인 참여가 가능한 요소를 빨리 개발해야 할 것이다.

지역의 매력도가 있는 인문적 관광자원이나 생활 관광자원의 콘텐츠를 잘 정비하고 그동안의 소극적인 태도의 관광마케팅 활동을 지역의 주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지역관광마케팅조직(DMO;Destination Marketing Organization)의 활동도 준비해가야 할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로컬의 중요성 인식이 빨라졌다. 모든 지역이 위드 코로나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지역을 살리기 위해 지역과 도시브랜딩에 힘을 쓰고 있다. 도시브랜딩도 과거 일자리나 산업 중심의 개념에서 취향활동, 문화활동, 여가활동의 매력도에 따라 도시의 매력도가 달라지는 시대로 급격히 진화하고 있다. 분명 대자연과 인문적인 매력이 넘치고 수도권에서 40분이며 달려오는 도시, 원주는 이미 화젯거리인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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