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우려스러운 공직기강 둔감증
[비로봉에서] 우려스러운 공직기강 둔감증
  • 심규정
  • 승인 2021.01.3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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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 [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 [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요즘 원주시 공직사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한겨울 추위만큼이나 냉랭하다.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공무원이 근무하는데 불편을 호소했지만 인사부서로부터 무시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낸데 이어 남의 건물 앞에 차를 주차해 놓고 술에 취해 이를 항의하는 건물주에게 추태를 부린 공무원의 일탈이 지역사회에 공분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금이 어떤 상황인가.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발생해 방역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일부 공무원들의 본분을 망각한 처사를 지켜보면서 근무기강 해이가 도를 넘어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원창묵 시장이 연이어 사과했다. 그의 속마음은 아마 숯덩이였을 것이다. 

두 사안의 본질은 사회적 약자를 제대로 배려하지 않았다는 점과 시민의 세금으로 먹고사는 공무원이 슈퍼 갑질을 했다는 점에서 낯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장애인 공무원 인권침해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근무지원인 배치 등 하소연을 듣고 그 공무원 처지에서 접근해 최대한 배려했어야 옳았다.

장애인 공무원은 주위에 “제가 차별을 당하고 있는데, 다른 장애인들의 삶은 어떻겠냐”, “저와 같은 장애를 앓고 있는 장애인 공무원들이 제2, 제3의 피해를 보지 않아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그가 느낀 멸시와 푸대접을 미뤄 짐작하고도 남는다.

우리나라 전체인구 가운데 장애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5%에 달한다고 한다. 이 가운데 90%가 후천적 장애인이다. 우리 모두 잠재적 장애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도 차별과 편견의 사각지대에서 남모르게 눈물 흘리고 있을 장애인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우리 속담에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라는 속담이 있다. 남의 큰 걱정이나 괴로움이 아무리 크다 해도 자기와 관련 없는 일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장애인들이 이런 감당하기 벅찬 현실에 내몰리는 것은 공동체 정의, 평등권 실현과는 거리가 멀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수준은 그 사회의 품격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척도라고 했는데, 우리 사회는 여전히 후진기어를 넣고 가속 페달을 밟는 것 같아 부끄럽기 짝이 없다.

공무원의 음주 갑질은 저급하고 몰상식한 행동의 전형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져 준전시 상태나 다름없는데, 술에 취해 “내가 공무원이다”, “우리 사장이 시장이다.”라고 발언한 것은 시민을 섬기는 공무원이라기보다 군림하는 오만방자한 모습이다.

미꾸라지 몇 마리가 호수를 더럽힐 순 없지만, 묵묵히 맡은바 직분에 최선을 다하는 대다수 공무원이 도매금으로 취급받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코로나19라는 상황인식의 결여, 시민들을 머슴 대하듯 하는 태도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사방에서 쏘아대는 시민들의 눈화살이 두렵지 않은가.

공직기강은 이미 느슨해질 대로 느슨해졌다. 조직 내에 만연한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온정주의적 자세가 이 같은 사태를 더욱 부추겼다고 생각한다. 승진심사 시 반영하는 다면평가는 인기 투표로 변질했고, 이 때문에 선임 공무원들이 하위 직원들의 눈치를 보면서 영(令)이 서지 않는다는 한 공무원의 지적은 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자기관리에 실패한 사람은 신용불량자라고 했다. 공직자로서 평소 자기관리에 얼마나 엄격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원주시는 종합처방전을 내놔야 한다. 그리고 진정한 향공(鄕公)의 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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