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34) 악성(樂聖) 베토벤 (3)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34) 악성(樂聖) 베토벤 (3)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
  • 최왕국
  • 승인 2021.02.07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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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국 [작곡가]
△최왕국 [작곡가]

베토벤의 교향곡 중 표제가 붙어 있는 것은 3번 ‘영웅’, 5번 ‘운명’, 6번 ‘전원’, 9번 ‘합창’ 등 4곡인데, 그 중 베토벤이 직접 제목을 붙인 것은 6번 ‘전원’이 유일하다. 단순히 제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음악을 통하여 베토벤이 무언가 강력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는 뜻이다.

도대체 그가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과연 무엇일까?

베토벤은 32세 되던 해(1802년)에 그 유명한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를 쓴다. 4년 전부터 귀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서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비밀리에 치료를 받았지만 차도가 없었고, 의사의 권유에 따라 시끄러운 도시를 떠나 조용한 마을 ‘하일리겐슈타트’로 휴양을 가게 된 것이다. ‘하일리겐슈타트(Heiligenstadt)’는 ‘성자의 도시’라는 뜻이며 빈(Viena)에서 매우 가까운 곳이다.

솔직히 말해서 의사가 휴양지로 떠나라 한 것은 치료를 거의 포기했다는 것이라 볼 수도 있다. 그래도 베토벤은 한 가닥 희망을 안고 하일리겐슈타트로 떠났을 터…

그러나 그곳에서 귓병이 호전된 것도, 마음의 평온을 얻은 것도 아니고, 가을이 되니 더 우울해질 뿐이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추억은 베토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할 뿐이었다.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적통을 이어나갈 음악가로 각광을 받던 베토벤에게 다가온 ‘청력손실’이라는 시련은 음악가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일이었다. 만일 운동선수가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된다면 그 심정이 어떠했겠는가?

“사랑하는 나의 동생들에게…”로 시작하는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는 베토벤 사망 후 발견되었으며, 그 내용은 날로 악화되어가는 청력손실로 인한 고통과 좌절, 세상 사람들과의 교류와 소통의 단절, 죽음에 대한 그의 마음자세 등이 담겨져 있다.
그러나 이 편지가 전형적인 ‘유서’로 볼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은 아닌 듯하다. 실제로 베토벤(루드비히)은 그의 동생 카를과 요한에게 그 유서를 전달하지도 않았고, 내용면에서도 ‘자살을 결심한 것’도 아니었다.
“내가 창작하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 나의 예술적인 재능을 모두 구현하기 전에는 ‘죽음’이라는 것이 좀 지체되었으면 좋겠다(意譯)”는 말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보면, 오히려 그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으로 그러한 난관을 견디고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던 것 같다.

이 ‘유서’의 마지막은 다음과 같이 끝난다.
“죽음이여 언제든지 올테면 와 보라. 나는 용감하게 그대를 맞이할 것이다”

음악의 영웅다운 호연지기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실제로 베토벤은 그곳에서 교향곡 2번을 완성했고, 교향곡 5번 ‘운명’과 6번 ‘전원’ 그리고 피아노 협주곡 4번 등 명곡들을 작곡하였다. 엄청난 창작열을 불태웠던 것이며, 베토벤의 음악은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 전과 후로 분위기와 양식이 확연하게 달라진다.

오늘 감상하실 베토벤 교향곡 6번은 하일리겐슈타트에 처음 왔을 때의 느낌과 시골마을의 아름다운 광경을 묘사한 명곡이다. 이 곡을 작곡할 땐 이미 수많은 ‘빈(Viena)’ 사람들도 베토벤이 청력을 거의 잃어가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있을 때였다.

베토벤 자신은 이 곡이 ‘묘사’가 아닌 ‘감정 표현’이라고 주장하였지만, 곡 전체적으로 흐르는 느낌은 ‘감정 표현’은 물론, ‘묘사’도 많은 부분 존재하고 있다.

“최초의 표제음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곡은 베토벤의 다른 교향곡과는 달리 5악장으로 되어 있으며, 각 악장마다 제목이 달려 있다.

1악장 – 전원에 도착했을 때의 즐거운 기분
2악장 – 시냇가의 풍경
3악장 – 시골 마을 사람들의 즐거운 모임
4악장 – 천둥소리와 폭풍
5악장 – 목동의 노래(폭풍 후의 감사)

전곡은 5개의 악장으로 나뉘어 있지만, 실제로 연주할 때는 3,4,5악장을 연달아 연주하게 되는데, 이러한 것을 ‘아타카(attacca)’라고 하며, 5번 ‘운명’ 교향곡에서도 3악장과 4악장이 ‘아타카’로 이어서 연주된다.

https://youtu.be/Ov62_QJPDtM?t=27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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