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너도나도 시장몽(市長夢)...시장은 아무나 하나
[비로봉에서] 너도나도 시장몽(市長夢)...시장은 아무나 하나
  • 심규정
  • 승인 2021.02.21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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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 [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 [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지난 설 연휴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친구와 대화 한 토막. 거리에 설날 인사를 알리는 정치인들의 현수막이 많이 걸린 것을 보고 “시장 후보들이네”라고 혼잣말을 내뱉었다. 그동안 정치인들의 설, 추석 명절 인사 현수막 풍경을 많이 봐왔지만, 이번처럼 물결을 이룬 적은 본 적이 없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원주시장 후보들의 물밑 경쟁이 더욱 백열화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에서 자천타천으로 15명 정도가 거론된다고 한다. 지역에서 줄곧 스킨십을 해온 인사에서부터 중앙 행정·재계인사까지 마치 춘추전국시대를 보는 듯하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인재가뭄에 속이 탈법도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인재풍년을 맞고 있다. 인재가 수급되는 파이프라인이 막혀버린 야당의 모습은 민주정치의 원리인 견제와 균형차원에서 너무도 안타깝다.

이처럼 시장 후보들이 난립하는 것은 원창묵 현 시장이 3선 제한에 묶여 출마할 수 없는 데다 두 명의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 상당수가 민주당 소속이어서 민주당으로서는 ‘이상적인 배양토’라고 판단한 듯하다. 시대 흐름에 대한 통찰력, 정책 비전을 갖춘 농(濃)익은 인사들이 있지만 한편으론 과연 시장 체급에 맞는 후보인지, 시민들 사이에서 벌써부터 고개를 갸우뚱하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일부 후보들의 그릇된 모습에서는 솔직히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번지수를 잘못 짚고 소모적인 논쟁을 촉발시키거나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독불장군식이거나 시민의 눈높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젠체하거나 속마음이 밴댕이 소갈딱지 같은 인사는 정말 후진적인 모습들이다. 줏대 없이 패거리를 만들고 철벽 카르텔을 구축하거나 천상천하 유아독존식의 경직된 사고에 젖어 있는 모습은 시민들의 눈높이와는 거리가 한참 먼 구각이다. 이러니 “○○○가 출마한다며...그럼 나도 출마해도 되겠네”라는 비아냥이 두더지게임처럼 툭툭 터져나오고 있다.

물론 인간은 누구나 완벽한 존재일 순 없다. 평가의 스펙트럼 또한 다양하다. 앞으로 각 당의 경선 과정에서 여름날의 반딧불이처럼 명멸(明滅)하겠지만, 그저 마음속으로 “이게 지역 정치권의 수준이지...”, “무엇을 바라겠는가?”라며 곱씹을 뿐이다. ‘인재의 바다’처럼 보이는 현 상황이 ‘인재의 샛강’이 되지 않을까 지켜볼 일이다. 

원창묵 시장이 처음 취임한 2010년과 지금, 원주시의 위상은 확연히 다르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인구는 354,376명으로 전국 169개 시군 가운데 32위, ‘지방재정 365’에 의하면 예산은 1조 4,647억 원(일반회계,특별회계,기금)으로 전국 259개 시군구 가운데 21위로 덩치가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예산 규모는 서울특별시·광역시 자치구를 포함한 것이어서 의미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원주시는 충청북도와 전라북도의 선도도시인 청주시, 전주시의 전철을 밟으며 강원도 발전의 견인차 역할이 한층 배가될 것이다.

원창묵 시장이 남긴 족적은 크다. 시대흐름을 환히 꿰뚫는 혜안, 밑그림에 점 하나를 찍듯 황소걸음으로 묵묵히 짜임새 있는 콘텐츠를 입히며 도시의 틀을 바꿨다. 가시적인 성과는 현재 진행형이다. 과거 소수 야당 시장으로서 거대 여당의 거친 정치공세를 맨몸으로 버텨온 점, 이 과정에서 보여준 뚝심, 일에 대한 열정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본다.

시민들은 차기 시장 후보에 대한 기대수준을 원창묵 시장의 거보(巨步)만큼이나 높고 크게 볼 것이다. 공직사회에서 이런 말이 회자되고 있다. “차기 시장은 테이프 커팅 가위만 갖고 다녀도 된다”라고. 좀 과한 표현같지만, 출마예상자들로서는 “우릴 만만하게 본다.”라고 영 못마땅해 할 수 있겠지만, 이 말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고 하겠다. 

선거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시민들이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게 있다. 바로 장대한 비전과 초라한 현실의 부조화, 한마디로 의욕과잉의 어설픈 리더십이다. 자칫하다가 정체되거나 뒤처질 수 있다. 그래서 2022년 6월 선출되는 시장의 역할은 막중하다. 거론되는 인사들 모두 고만고만한 것 같지만, 분명히 재목감이 있다. 시민 각자 매의 눈으로 맥을 제대로 짚어 원주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인물을 걸러내는 날카로운 안목을 제대로 키우자.

가수 태진아의 공전의 히트곡 ‘사랑은 아무나 하나’가 있다. 클라이맥스에 그는 ‘어느 누가 쉽다고 했나’라고 노래했다. 구성진 이 가사가 요즘 귓전에서 후렴구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원주시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결코 쉬운 자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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