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35) 악성(樂聖) 베토벤 (4) 낭만파 음악의 다리를 놓다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35) 악성(樂聖) 베토벤 (4) 낭만파 음악의 다리를 놓다
  • 최왕국
  • 승인 2021.03.0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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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국 [작곡가]
△최왕국 [작곡가]

베토벤 초기음악은 빈(Viena) 고전파 음악의 대가(大家)인 하이든(J.Haydn, 1782-180), 모차르트(W.A.Mozart, 1756-1791)의 작품과 분위기나 양식 면에서 비슷한 것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베토벤 중기, 혹은 그보다 조금 이른 시기부터 작곡된 음악들은 고전파 양식과는 많이 다른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 이후의 음악들은 더욱 진지하고 새로운 양식에 도전하는 베토벤 특유의 열정과 끈기가 배어 나온다.

전해지는 얘기로, 하이든이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이 초연된 것을 듣고서는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괴상한(?) 소리다. 암튼 세상(음악)이 바뀌고 있음을 실감한다”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괴상한 소리’라는 표현은 언어의 차이 때문에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폄훼할 의도는 없는 것 같고 “전혀 상상하지 못해 본, 완전히 새로운 음악”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옛날 중학교 음악 교과서에는 “베토벤은 고전파(classic)와 낭만파(romantic)의 교량(橋梁) 역할을 한 사람이다”라고 쓰여 있었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등 빈 고전파 3인방 중에서도 베토벤은 슈베르트, 브람스, 리스트, 베를리오즈 등 수많은 후학들의 롤모델이 될 정도로 후대에 끼친 영향이 지대하다.

그러면 어떠한 점에서 베토벤의 작품들이 그토록 후대에 영향을 끼쳤는가?
그것은 양식적인 면과 내용적인 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겠는데, ‘양식적인 면’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겠지만 ‘표제음악의 시작’과 ‘소나타 형식의 혁명적인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1) 표제음악
표제음악이란 어떠한 주제나 감정 등을 ‘음악’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표현하는 것을 말하며(본 칼럼 15회 참조), 주로 문학이나 미술 등 타 장르의 예술과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

지난번 칼럼에서 소개한 교향곡 6번 ‘전원’이 표제음악의 시초라고 볼 수 있는데, 낭만파 시대 작곡가인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 1803-1869)의 ‘환상교향곡’과 수많은 ‘교향시’들이 바로 표제음악의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2) 소나타 형식의 변모(變貌)
소나타 형식에 대해서는 본 칼럼 99회에서도 다룬 바 있지만, ‘소나타 형식의 변모’라는 주제는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비교적 대중들이 이해하기 쉬운 내용들을 골라서 쉽고 간단한 설명으로 이해를 돕도록 하겠다.

일반적으로 소나타 형식은 크게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첫 번째 부분(제시부)에서는 대조되는 두 개의 주제를 제시하여 조성관계를 확립시켜 준다.

① 제시부 - 제1주제군과 트랜지션, 제2주제군으로 구성
② 발전부(전개부) - 제시부에 나왔던 음악적 요소들을 활용하여 작곡가의 음악적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는 부분
③ 재현부 – 제시부에 나왔던 악구들을 다시 한 번 언급하는 부분

한마디로 말해서 고전파 소나타 형식은 ‘논리적 형식미’를 중요시하였고, 낭만파 소나타 형식은 ‘자유롭고 다양한 표현’을 추구하였다. 

두 가지 정도 예를 들자면, 첫 번째로 제1주제와 제2주제의 조성이다. 고전 소나타 형식에서는 (바로크 시대 ‘푸가’의 영향으로) 둘 사이가 ‘딸림조’의 관계이다. 즉 으뜸음이 완전5도 위에 있고, 샾(#)이 하나 더 붙은 조(Key)로 바뀐다는 것인데, 오늘 감상하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에서는 제2주제(34마디, 유튜브 동영상 52초부터)가 딸림조가 아닌 장3도 위의 조로 바뀐다. 장3도 위의 조는 샾이 4개나 더 붙는 원거리조이다.

‘발트슈타인’은 베토벤의 오랜 후원자인 ‘발트슈타인 백작’에게 헌정된 곡으로서 베토벤이 휴양차 머물렀던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작곡되었다.

https://youtu.be/lbblMw6k1cU  (클릭)

휴대폰으로 위의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유튜브 동영상으로 바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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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는 ‘발전부의 확대’이다. 발전부는 다른 말로 ‘전개부’라고도 하는데, 전개부가 확대되었다는 것은 작곡가의 표현의 폭이 그만큼 자유로워졌다는 걸 의미한다.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소나타는 세 부분을 각각 반복했는데, 베토벤에 와서는 발전부가 비대해짐으로서 제시부만 반복하게 되었고, 요즘에는 반복 없이 연주하는 경우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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