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36) 악성(樂聖) 베토벤 (5) 청각장애를 딛고 일어서다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36) 악성(樂聖) 베토벤 (5) 청각장애를 딛고 일어서다
  • 최왕국
  • 승인 2021.03.1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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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국 [작곡가]
△최왕국 [작곡가]

‘베토벤’은 심각한 청각장애에도 불구하고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잃지 않고 불멸의 작품들을 만들어 냈다. 베토벤에게 찾아온 청각장애는 젊은 시절부터였고, 그의 명곡들은 대부분 베토벤이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는 상황에서 작곡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토벤에게 처음으로 청각 손실이 찾아온 시절, 그는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하였다. 당연히 사람들과의 교류는 점점 끊어지게 되었으며, 그의 동생들과 지인들은 베토벤의 성격이 괴팍해졌고, 사람들과의 만남을 회피한다는 오해를 하게 된다. ‘하일리겐 슈타트의 유서’ 중에는 동생들에게 이러한 오해를 풀어주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한편 베토벤의 청각장애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다소 황당한 주장도 있다.
“오스트리아의 ‘메테르니히(Metternich, 1773-1859)’ 정부 치하에서 자유주의자였던 베토벤은 반체제 인사였으므로, 도청을 막기 위하여 일부러 필담(筆談)노트를 사용했다”

물론 베토벤이 자유주의자였고,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스탠스였던 것은 맞지만, 이것은 다분히 과장된 설이라고 본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베토벤이 필담노트에 적은 것들은 일종의 <암호>로서 베토벤은 <비밀 첩보원>이었다”라고 서술한 책도 있는데, 이러한 설들은 뒷담화(談話)하기 좋아하는 호사가(好事家)들이 만들어 낸 이야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 배경이 어찌 됐든, 베토벤이 남긴 이 필담노트는 베토벤 연구에 소중한 정보를 제공하는 단서가 된다.

한편 위와 같은 주장들은 베토벤이 완전한 청각 장애인은 아니었다는 설에 근거한 것인데, 그 논거로 ‘포레(Gabriel Faure, 1845-1924)’ 등 청각을 잃었던 다른 작곡가들의 예를 들고 있다. 그들은 완전히 청각을 상실한 후에는 작품 활동이 현저하게 줄거나 멈췄는데, 베토벤은 오히려 그 시기에 더욱 중요한 많은 작품들을 작곡하였다는 것이다.

베토벤이 완전한 청각장애까지는 가지 않았다는 또 한 가지의 논거로는 베토벤의 ‘귀(耳)’와 관련된 질환으로 추측되는 여러 질병의 증세로 보았을 때, 그러한 질병으로 전롱(全聾)까지 가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들이 있지만, 베토벤은 젊은 시절부터 심각한 난청에 시달렸으며, 마지막 교향곡인 ‘제9번 합창’을 작곡할 당시에는 거의 듣지 못하는 상태였다는 것이 아직까지는 학계의 정설이다. (이것 참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가 볼 수도 없고…)

오늘 들으실 곡은 베토벤의 교향곡 제8번이다.
베토벤의 작품 중 최고의 걸작(傑作)으로 꼽히는 ‘교향곡 9번 합창’은 곡 해설만으로도 지면이 부족하기에 다음 칼럼에서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베토벤의 교향곡 8번은 그가 거의 듣지 못하던 시절에 작곡되어진 작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천진난만하고 따뜻하며, 평화롭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이런 음악이 나올 수 있을까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8번 교향곡은 베토벤의 다른 교향곡들과 마찬가지로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초기 고전 소나타 양식의 냄새를 짙게 풍기고 있다. 소나타 형식을 취한 1악장에서 제2주제가 딸림조로 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특히 3악장의 경우에는 그의 교향곡 3번 이후로 애용되던 <스케르쵸>가 2악장으로 당겨지고, 고전파 초기에 사용되던 <미뉴에트>로 복귀했다.

얼핏 들으면 모차르트나 하이든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다. 청각장애에 시달리기 전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일까?

사람들은 보통 부제가 없는 베토벤의 교향곡 중 7번을 최고로 쳐 주지만, 베토벤 자신은 8번을 더 선호했다고 한다. 필자도 베토벤의 의견에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얼핏 엄숙하고 철학적인 7번이 훨씬 더 깊이가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필자는 오히려 자신의 절망적인 상황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8번이 더욱 깊이 있고, 철학적이라고 생각한다.

특이한 사실은 이렇게 초기 고전파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8번 교향곡에는 전통적으로 2악장에 사용되던 <서정적이고 멜로딕한 분위기>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네 악장 모두 명랑하고 활기찬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는데…
복고적인 분위기를 취하면서도 파격적인 형식을 선보인 베토벤의 혜안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https://youtu.be/fa6DRoxpOwg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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