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김현승 作 / 창
[시가 있는 아침]김현승 作 / 창
  • 임영석
  • 승인 2021.03.14 2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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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승 作

窓을 사랑하는 것은,
태양을 사랑한다는 말보다
눈부시지 않아 좋다.

窓을 잃으면
창공으로 나아가는 해협을 잃고,

명랑은 우리에게
오늘의 뉴우스다.

窓을 닦는 시간은
또 노래도 부를 수 있는 시간,
별들은 12월의 머나먼 타국이라고……

窓을 맑고 깨끗이 지킴으로
눈들을 착하게 뜨는 버릇을 기르고,

맑은 눈은 우리들
내일을 기다리는
빛나는 마음이게……

*김현승 첫시집 〈김현승 詩抄〉(문학사상사,1957)수록

金顯承 詩選 『견고한 孤獨』, 《삼중당문고》에서

 

 

窓은 門과 달리 밖을 바라보고 열어 실내의 공기를 환기시킬 목적으로 만든다. 그러니 창을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만의 공간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창은 하나의 상징적인 모습이겠지만, 이 창을 통해 눈부신 태양을 바라보고, 창공을 바라보고, 창공에 나타나는 무수한 것들을 바라보고 지켜볼 것이다. 그러니 창은 사람의 눈처럼 안과 밖을 연결하는 눈(目)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명랑은 우리에게 오늘의 뉴우스다'고 말하고 있다고 본다. 마음을 열어주고 가까이할 그런 창 같은 사람이 얼마나 있는가 생각을 해 보면 그리 많지 않다. 창이 있으므로 겨울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고, 또 밖의 햇빛을 안으로 들어오게 한다. 창문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다. 그러니 이 시를 쓸 당시는 타국적 풍경이 들었을 것이다. 창을 깨끗이 지킴으로 눈들을 착하게 뜨는 버릇을 기른다는 것도 바로 깨끗한 창을 통해 밖의 세상을 그대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맑은 눈은 우리들 내일을 기다리는 마음'이라고 말했다고 본다. 요즘의 집은 통째로 유리를 이용해 밖을 훤히 내다보게 만드는 건물이 많아지고 있다. 창이라기보다는 건물의 건축 형식이 바뀌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김현승 시인은 자신만의 외로움의 방식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았을 것이란 생각을 해 본다.                                                           임영석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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