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조승래 作 / 점의 힘
[시가 있는 아침]조승래 作 / 점의 힘
  • 임영석
  • 승인 2021.03.28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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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힘

-조승래 作

‘시선’에서
점 하나 지우면
더 이상 바라볼 수 없는
‘시신’이 된다

점 하나의 
위대함,
점 하나의 
뜨거움,

매양 봄이 오면
허공을 들어 올리는 것은
거대한 힘이 아니라
씨앗이라는 이름의
작은 점,

세상의
모든 것은
점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오늘도 한 점
땅에 눌러 심는다

계간 『시와소금』2021년 봄호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크기의 구조로만 바라보지 않을 것이다. 생명을 만들어 내는 힘에서 세상의 크기를 바라보면 동물들에게는 정자와 난자의 결합이 있어야 생명이 태어나고, 식물이나 나무들에게는 씨앗을 맺게 하는 꽃가루에서부터 시작하여 씨방으로 연결되는 거리가 생명의 줄기가 될 것이다. 요즘은 인공배양이니, 인공수정이니 과학의 힘으로 그 생명의 장점을 살려 나가고 있다고 한다. 조승래 시인의 시 「점의 힘」은 가장 작지만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위대한 정신의 힘을 소유한 것이 씨앗이라는 것이다. 한글에 있어 점을 어디에 찍느냐에 따라 그 말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 많다.  '시선'에서 점을 빼니 '시신'이 되어 생명을 지켜내거나 사라지는 힘을 갖고 있고, 봄마다 땅을 일구어 그 속에 농부들의 땀방울이라는 '씨앗'이라는 점을 통해 희망을 키워내고 그 희망을 먹고 살아가는 것이라 봄마다 한 점 씨앗을 땅에 눌러 심는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꿈이 거대한 곳에서 시작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내 눈 안의 작은 점, 내 마음 안의 작은 맥박 소리에서 희망이 시작됨을 알아야 한다. 점을 찍고 안 찍고가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점의 힘을 태양의 빛처럼 바라보고 사느냐, 아니면 눈을 감고 어둠의 빛을 바라보고 사느냐의 차이는 마음속에 있다. '마음'도 점 하나를 빼면 넣으면 '미움'이 된다. 조승래 시인의 시는 점의 힘은 생각의 힘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시라 하겠다.

임영석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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