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하이브리드 축제가 달려온다
[기고]하이브리드 축제가 달려온다
  • 이주은
  • 승인 2021.04.11 2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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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은 [사단법인 한지개발원 사무국장]
△이주은 [사단법인 한지개발원 사무국장]

#하늘은 드높고 꽃은 흐드러짐에 지쳐 낙화한다. 봄이 피어나면 전 국민이 산으로 들로 여행을 떠나고 꽃이 만발한 페스티벌 속으로 빠져든다. 지난해 전국의 꽃 축제가 거의 취소되었고 1년의 기다림이 무색하게 많은 꽃 축제가 취소되고 있다. 축제가 취소되는 곳에 지역 상인의 시름과 주민의 정서적, 문화적 갈증이 심화되고 있다.

#서버가 다운됐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얼굴이 얼어버린 직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잘 못 접속한 축제 참가자에게 다시 안내 문자를 보내고 부랴부랴 재접수 시스템을 구축한다. 제주도에서 그리고 경상도에서도 축제 온라인 키트 신청자는 광클릭의 기술을 발휘했다. 고맙다. 클릭해준 모든 사람들 그리고 프로그램을 만들어낸 사무실 식구들에게. 2020년 9월 3일 10시 정각에 시작해 7분 40초 만에 준비한 온라인 키트가 매진되고 접속자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온라인 동영상 전시 행사로 지난해 원주한지문화제는 ‘온라인 성공축제’라는 버튼을 클릭했었다.

#하루 일과 중 점심 식사를 마치고 볕 속에서 까르륵 대는 것이 가장 큰 낙인 듯 그들의 웃음소리가 12시마다 울려 퍼진다. 지난 축제 보고서를 제출한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너무 빨리 5월이 다가온다. 올해는 행사장과 온라인에서 하이브리드형 축제로 원주한지문화제가 진행된다. 한 달도 안 남은 이 시간 사무실 식구들은 하루하루 피곤이 누적된 몸을 이끌고 끊임없이 일을 점검하고 정리한다. 말이 좋아 하이브리드지 이것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현장 행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일의 늪이다. 지난해 온라인 축제를 치르며 축제의 현장성과 집단성을 어떻게 살려나갈 것인가에 대한 어려운 숙제도 받았다.

올해 원주한지문화제는 방역 지침을 준수한 야외 행사를 중심으로 ‘한지 판타지아’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한지와 빛, 디지털 라이팅아트가 만나 이색적이고 환상적인 공간을 선사할 상상의 바다, 본관 진입로 언덕길을 따라 바다 속을 탐험하는 듯한 연출의 빛의 해저터널, 야간 시간대에 시민이 달빛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빛의 정원을 조성, 한지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매력적인 공간을 선보인다. 또한 원주한지와 다이크로익필름, 라이팅아트, 소리 등이 어우러질 지역작가 정지연의 작품은 축제의 감상 포인트다.

테마파크 건물로 들어서면 이번 축제에 처음으로 야심차게 준비하는 ‘한지는 내 친구’ 청소년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펼쳐진다. ‘한지는 내 친구’는 공모전 형식으로 진행되고, 신청 청소년에게 A4 사이즈의 한지 도화지를 무료 배포하여 학생들이 각자 생각하는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사람과 사람과의 평화, 가족 간의 평화, 사람과 동물과의 평화, 자연의 평화, 남과 북의 평화 등 학생들이 생각하는 평화에 대한 이미지가 실내 공간을 가득 채운 공공미술로 설치되어 관람객과 평화를 이야기한다. 실내 행사는 시간당 50명의 사전 예약자만이 출입이 가능하므로 사전 예약이 필수이다.

온라인 프로그램으로는 지난해 초대박 프로그램인 ‘방구석 온라인 체험’을 비롯, 전국민 온라인 한지제기차기대회, 유스챌린지 이벤트 등이 준비되어 또 다시 랜선 축제의 붐을 조성한다. 온라인 축제의 미덕은 공간에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현장에 방문하지 않더라도 클릭 하나만으로 전국 축제를 참여할 수 있는 점이다.

지난해 100% 온라인 축제에 이어 올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준비하는 하이브리드 축제는 사무국 식구와 나의 커다란 숙제가 되었고 두 플랫폼이 결합했을 때 어떻게 하면 두 가지 방법의 축제가 조화로울지, 어떤 효과가 극대화 될지 답을 모른 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불이라는 세계적인 예술가가 다양하고 서로 이질적인 소재를 결합해 독보적인 하이브리드 예술의 세계를 구축한 것처럼, 원주한지문화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행사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미지의 성공을 향하여 한 걸음 내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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