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 칼럼]잇몸병이 원인
[이재구 칼럼]잇몸병이 원인
  • 이재구
  • 승인 2021.04.18 20: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구 [변호사]
△이재구 [변호사]

어떤 할머니가 치과병원을 찾았다. 할머니가 호소한 증세는 잇몸이 부어올랐다가 내려앉으면서 치아가 흔들리고 통증이 있다는 것이다. 치과의사 선생님의 처방은 의외였다. 치과에서 치료할 병이 아니니 신경정신과 병원으로 가라는 것이었다.

할머니는 정신과 병원으로 가서 상담을 받았다. 할머니는 옆집에 사는 사람 때문에 잠을 못 이루고 있다고 고통을 털어놓았다. 할머니가 살고 있던 집은 오래돼서 지붕도 낡았고 토지의 경계도 명확하지 않았다. 그런데 옆집에 새로 이사 온 사람이 할머니가 사는 집의 처마가 자기 집의 경계를 침범하였으니 처마를 철거하라고 요구하기 시작하였다. 남에게 해를 끼치고 살아본 적이 없는 할머니는 이사 갈 곳도 없고, 처마를 헐 돈도 없었다. 할머니는 시름시름 앓게 되었다. 할머니는 식사도 제대로 못 하고 옆집 사람의 발자국 소리라도 들리면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잇몸이 건강하려면 입안이 항상 촉촉해야 한다. 초조하고 긴장한 상태가 지속되면 입안의 침이 마르게 되고 입안에는 세균이 더 번식하게 된다. 잇몸이 들떴다고 잇몸이 가라앉는 약을 처방하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근본적인 치료는 잇몸병의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다.

얼마 전 유류분 반환 소송을 하여 재산을 수억 원 찾아온 사건이 있었다. 아버지가 외도를 하여 낳은 자식으로서 생전에는 전혀 자식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어머니가 어렵게 키우면서 고생도 많이 했는데 아버지가 사망한 후 보니 모든 재산은 이미 다른 자식들에게 증여되어 있었다. 유류분 반환 청구를 해서 상속재산 중 일부를 현금으로 받았다. 어렵게 고생하면서 자식을 키운 어머니와 아들은 아파트도 살 수 있게 되었고 생활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으니 정말 다행이었다. 사건이 끝나고 몇 개월 후 만난 모자는 받은 돈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고 했다.

“아니 돈을 다 어디에 쓴 거죠?”

아들은 어머니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신이 꼭 해야 할 일에 그 돈을 쓰겠다고 했다고 한다. 어머니에 의하면 아들은 그 돈의 대부분을 어머니가 오래전 갚지 못했던 빚을 갚는데 사용했다고 했다. 아들이 직접 채권자들을 찾아가서 원금을 전부 변제해 주었는데 채권자들은 모두 놀랐다고 하였다. 몇십 년 전에 어머니가 돈을 갚지 못해 구속되어 재판을 받은 적이 있지만 이미 시효가 지난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그 돈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들은 어머니가 남의 돈을 갚지 못해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가슴이 아팠던 것이다. 어머니가 자기를 키우기 위해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하고 집에 불이 나는 바람에 주변 사람들의 돈을 떼어먹은 사람이 되었던 것인데 그 이후 어머니가 그런 일로 빚도 갚지 않고 뻔뻔하게 사는 사람이라고 손가락질을 받고 떳떳하게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하는 것을 도저히 볼 수 없었다고 했다.

어머니는 아들의 결정을 따르기로 했고, 아들이 그렇게 한 것에 대하여 정말 고맙다고 했다. 아들이 자신을 위해 아까운 돈을 들고 채권자들을 찾아가 사죄를 하고 원금을 갚아주었기 때문에 이제는 정말 다리를 펴고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이들 모자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