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코로나19 시대의 난청
[기고]코로나19 시대의 난청
  • 박윤아
  • 승인 2021.04.18 2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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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아 [반곡동 세인트병원 이비인후과 원장]
△박윤아 [반곡동 세인트병원 이비인후과 원장]

코로나19로 일상생활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일상에 활력을 주던 여행도, 오랜 친구들과 만나 마음껏 나누던 이야기도, 여가시간의 취미활동에도 많은 제약이 따른다. 가는 곳마다 손소독제가 비치되어있고 마스크도 몸의 일부분인듯 일상이 되었다. 이비인후과 의사로서 진료시 마스크 착용은 흔한 일상이었지만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항시 마스크를 착용하게 되었다. 

마스크는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지난 겨울의 독감도 막아주었고 미세먼지도 막아주고 있는 고마운 존재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불편한 점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답답하고 숨쉬기 힘들고 귀가 아프고 안경에 김이 서리거나 얼굴에 트러블이 나는 등의 불편감을 하나 이상은 경험했을 것이다. 이에 더불어 난청(청각이 저하 또는 상실된 상태)을 겪는 분들에게는 더 큰 어려움이 있다. 바로 대화의 어려움이다.

대화시에는 말하고 듣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눈빛, 표정도 읽어야 하며 상대방의 입모양을 보는 것으로도 이루어진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게 되면 일단 목소리가 작아진다. N95 마스크를 착용하면 고주파 영역의 음소음이 12dB 정도까지 떨어진다는 보고가 있으며 이는 우리가 하는 일반적인 말이 듣는 사람에게는 속삭이듯 작게 들리는 정도이다. 또한 표정을 읽을 수 없고 입모양으로 말을 유추할 수 없기 때문에 어음변별력이 저하되고 말을 알아듣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이런 이유들로 마스크가 일상이 된 지금 약간의 난청으로도 대화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코로나가 직접적으로 난청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국제청각저널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입원한 12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13%에서 청력이 악화되었다고 보고했다. 홍역이나 볼거리, 뇌수막염 등의 바이러스 감염증에서 난청이 발생할 수 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 역시 난청, 이명, 돌발성 난청을 일으킨 케이스까지 보고되고 있다.

잘 듣지 못하면 대화시 말소리로 얻는 정보를 뇌로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더 말소리를 집중하여 듣게 되는데 이때 뇌 활동량은 과도하게 증가하게 된다. 뇌 활동의 과부하가 지속되다 보면 뇌의 기능을 빠르게 고갈시키며 피로감과 인지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난청은 치매 전 단계인 경도 인지장애를 유발하며 청력이 정상인 경우보다 두 배 이상의 인지장애 위험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 대화의 어려움이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사회적 단절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사회적 교류가 줄어들면 이 역시 뇌의 자극 감소로 이어져 뇌세포가 줄어들 수 있고 우울증과 치매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난청의 종류에 따라 약물 및 수술 등으로 치료가 가능한 경우와 청각보조기기(보청기, 인공중이, 인공와우 등)를 통한 재활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난청의 원인은 귀지, 중이염, 감각신경성 난청, 종양 등등 다양하기 때문에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난청이 진행하면 달팽이관 내 유모세포의 손상과 청신경의 퇴화가 진행되고 뇌에서도 신호처리와 인지능력이 점점 떨어지기 때문에 청각재활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이 골든타임을 놓치면 치료 효과 및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난청의 초기단계부터 정확한 진료 및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와 재활이 필요하다. 

코로나19의 유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감염 예방과 치료도 중요하지만 난청과 같은 이차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가질 때가 왔다. 나의 귀는 문제가 없을까? 부모님은 혹시 불편함을 참고 계시지는 않을까? 자녀들은 사회생활이나 학교생활이 원활하게 이루어질까? 코로나 시대가 1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지금 한 번쯤은 주변의 귀들에 관심을 가져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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