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장석남 作 / 길
[시가 있는 아침]장석남 作 / 길
  • 임영석
  • 승인 2021.04.25 2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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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

바위 위에 팥배나무의 하얀 꽃잎들이 앉아 있습니다

바위 속이 환히 들여다보입니다

팥배나무와

바위

사이

꽃잎들이 내려온

길들을

걸어보고 싶습니다

장석남 시집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창작과비평사》에서

4월이 넘어서니 이 산, 저 산 곳곳에 울긋불긋 꽃들이 피어 있다. 초록의 틈틈 한자리를 찾지 하고 있다. 세상 어느 누가 이렇게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꽃을 피웠을까? 묻고 싶다. 장석남 시인의 시 「길」을 읽어 본다. 팥배나무가 바위 틈에서 곱고 하얀 꽃을 피웠다. 바위 속이 환히 보일 만큼 곱다. 그리고 여나무날이 지나서 바위 속까지 비추었던 꽃이 진다. 꽃이 지며 내려왔던 길을 걷고 싶다는 게 시인의 마음이다. 꽃이 지는 길, 꽃잎이 지나온 길, 분명 허공 낭떠러지일 것인데, 그 길이 곱고 아름다워 보인다. 길이란 두려움을 이겨내는 곳이다. 앞을 향해 걸어가는 곳이다. 봄은 이렇게 모든 자연의 품에 두려움을 이겨내게 하고 아름다운 길을 걸어가게 만들었다. 세상이 분분하고, 늘 그 모습 그대로 보이겠지만, 사람이 바라보지 않는 곳에서는 이렇게 아름다운 길을 만들어 살아가는 것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사람이 걸어 다니는 길은 아름다움이 담보되어 있지 않다. 마음속에 간직한 마음의 꽃잎이 피지 않은 탓일 것이다. 마음의 꽃을 피워 그 꽃잎이 하늘로 날리던 땅으로 떨어지든 그 길을 걷고 싶다고 말하고 싶은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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