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우지, 매지저수지 둥지 고수...원주시 ‘딜레마’
가마우지, 매지저수지 둥지 고수...원주시 ‘딜레마’
  • 권혜민 기자
  • 승인 2021.04.25 2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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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우지떼, 거북섬에서 200m 떨어진 야산에 새둥지
새둥지 튼 소나무 배설물로 뒤덮여 고사 위기
인근 식당 지붕, 비닐하우스까지 범벅…주인부부 피해 호소
△가마우지가 둥지를 거북섬에서 H식당 옆으로 대거 지었다. 
△H식당 주민 방모씨가 찌그러진 냄비로 가마우지를 쫓고 있는 모습.
△H식당 주민 방모씨가 찌그러진 냄비로 가마우지를 쫓고 있는 모습.

지난 22일 오전 흥업면 매지저수지 인근 H식당. 주인 방모씨(72)가 찌그러진 냄비통을 나무로 연신 두드리고 있었다. 그러자 인근 야산에 있던 가마우지떼가 황급히 둥지를 떠나 다른 곳으로 날아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식당으로부터 불과 50m 거리의 야산 소나무에는 가마우지 둥지 100여개가 설치돼 있었다. 

3,4월 산란기를 맞아 경쟁적으로 둥지를 지은 것이다. 방씨는 “올 초부터 가마우지떼가 식당 옆에 둥지를 틀면서 식당 위로 가마우지가 쉴 새 없이 오가 지붕, 비닐하우스, 장독대는 물론 손님 승용차가 배설물로 피해를 보고 있다.”라며 대책을 호소했다.

△차량에 배설물이 떨어진 모습.

원주시가 지난해 4월 가마우지 등 철새 서식지로 알려진 매지저수지 거북섬에 위치한 석조보살입상(강원도유형문화제 120호) 보호각 건립 및 주변정비공사에 착수하면서 갈 곳을 잃은 가마우지가 인근 둘레길 옆으로 서식지를 옮겨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시는 가마우지가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저수지에 주식인 물고기가 풍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곳 나무는 푸른 잎은 오간데 없고 가마우지 배설물로 범벅이 되어 회색빛을 띠고 있었다. 가마우지 배설물은 산성을 띠는데다 독성이 강해 식물 생육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방씨는 “새로운 서식지 주변으로 식물이 집단 고사하고 있다.”라며 “심지어 저수지 가장 자리에 배설물이 많이 노출돼 저수지 오염 또한 심각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원주시가 자랑하는 매지저수지 주변 둘레길의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민원을 접수한 원주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처지다. 매지저수지 일대가 ‘야생생물보호 및 관리에 의한 법률’ 의해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것은 물론 가마우지가 유해조수로 지정돼 있지 않아 퇴치가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원주시 환경과 관계자는 “올 초 서식지 분산작업으로 거북섬을 떠나고 남은 일부 개체가 식당 인근 야산에 자리를 잡은 것으로 파악된다.”라며 “지금은 인위적으로 둥지를 제거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년 산란기 전인 1~3월 거북섬과 새서식지에 인력을 배치해 둥지를 트지 못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최근 영등포구 밤섬일대에 버드나무가 가마우지 배설물로 몸살을 앓자, 여러 척의 배를 동원해 고압 살수기로 배설물을 씻어내는 특별환경정비활동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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