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들
[기고]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들
  • 서상영
  • 승인 2021.05.02 2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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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영 [세인트병원 대표원장]
△서상영 [세인트병원 대표원장]

이제 막 돌이 지난 ‘민서’ 엄마가 진료실에 들어오자마자, 잔뜩 짜증 섞인 말투로 물어보십니다. ‘아니 원장님, 우리 아이는 왜 일 년 내내 이렇게 감기를 달고 살지요?’ 사실 이 말은 전국의 소아과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말도 잘 못하는 아이가 콧물, 코막힘, 기침, 열 등의 증상으로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면서 보채고 울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대신 앓아주지 못해서 눈앞이 아득해지곤 했던 것을, 부모라면 어느 누구나 한 번씩은 경험해 보기 마련입니다.

호흡에 관여하는 호흡기는 흔히 위치에 따라서 상기도와 하기도로 나뉘곤 합니다. 상기도는 주로 목의 윗부분에 위치해 있으면서 코, 비강, 구강, 인두, 후두 등으로 구성되는 반면에 하기도는 목의 아랫부분에 위치하며 기관, 기관지, 세기관지, 폐포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요.

감기는 코나 목 등의 상기도 부위에, 200여 종이 넘는 다양한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되는 가장 흔한 감염성 호흡기 질환입니다. 그 중 30~50%가 리노바이러스 감염, 10~15%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서 일어나게 됩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실 흔하디흔한 감기 바이러스의 변종인 것이지요.

기침, 재채기, 콧물과 코막힘, 목아픔, 열 등의 여러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으며 특히, 아이들은 아직 면역력이 충분하지 않고, 여러 환경적인 변화에 예민하기 때문에 어른들에 비해 더 많이 감기를 앓게 됩니다.

아이들은 1년에 5-8회 정도의 감기를 평균적으로 앓게 되며, 특히 2세 이하의 아이들이 감기에 가장 취약한 연령입니다. 감기에 걸렸을 때 어른들은 2-10일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대개 저절로 회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아이들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어른들보다 더 오래, 심하게 앓고 지나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감기에 한 번 걸리면 대개 1-2주간은 꼬박 고생하고 넘어가게 되지요.

1년에 최소 5회, 최장 2주 정도를 앓는다고 가정해보면, 연간 10주 정도, 약 두세 달간은 꼬박 감기를 달고 살게 되는 셈이지요. 그러니 부모님들은 당연히 우리 아이가 감기를 달고 산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만 6,7세 이상이 되면 감기에 걸리는 횟수와 정도가 현격하게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에게는 ‘세월이 가장 좋은 약’인 것입니다.

아무래도 감기를 자주 앓게 되면 아이가 면역력에 큰 문제가 생겨서 그런 것 아닐까 라는 걱정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감기를 자주 앓는 것 보다는, 감기에 걸렸을 때 폐렴, 중이염, 세기관지염 등의 합병증이 비정상적으로 자주 오거나 병원에 자주 입원해야 하는 경우에 면역력 문제를 고민하는 것이 이치에 맞을 것입니다.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생활공간 및 개인위생 관리입니다. 특히 일교차가 심한 요즘과 같은 환절기에 아이에게 너무 무리가 가거나 자극이 지나치지 않게 일정을 조정해 주고, 집안 공기 오염을 막기 위해 자주 환기 하거나 공기 청정기를 사용하면서, 가습기 등을 이용해서 집안 습도를 40~60%로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외출 후 집에 돌아 왔을 때 손 씻기와 양치질을 습관화하고, 평소에 충분한 수면과 수분 보충및 여러 식품군의 음식물 섭취에 신경을 많이 써 주어야 합니다. 보통의 아이들이라면 흔히 면역증강제 또는 체질개선제를 먹는다고 해서 감기의 횟수와 정도를 줄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아이들 감기 역시 대부분은 저절로 좋아지는 일시적인 바이러스 감염병인 것은 사실이지만, 소아청소년과에서 감기 치료하는 목적은 증상을 줄여 주어서 아이가 좀 더 편하게 감기를 넘어가게 하고, 또한 합병증을 줄이거나 일찍 발견하여 합병증으로 인해 생기는 여러 큰 문제들을 조기에 예방하거나 치료하고자 함입니다.

아이들에게 약한 감기 증상이 나타난다고 해서 급하게 서둘러 소아과를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다음의 경우에는 빨리 소아과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 보는 것이 좋습니다. 

△100일 미만의 아이가 열이 나는 경우 △코가 막혀 있지 않은데도 숨 쉬기 곤란해 하는 경우 △2~3일 넘은 열이 지속되는 경우 △증상이 갈수록 심해지거나 짜증이 느는 경우 △귀 또는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경우 △콧물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고 있을 때 △코물이 누렇게 변하면서 끈적끈적하게 진해진 지 하루가 지난 경우 △잘 먹지 못하면서 자꾸 처지는 경우 △눈이나 코 주위가 헐거나 눈곱이 진하게 끼는 경우 △아이 컨디션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경우 등입니다. 

결론적으로,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를 가볍게 볼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나친 근심, 걱정에 사로잡힐 일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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