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볼썽사나운 자료제출 논쟁
<사설>볼썽사나운 자료제출 논쟁
  • 편집국
  • 승인 2016.06.2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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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열린 원주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 주식회사 원주에너지의 자료제출 거부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은 한마디로 촌극(寸劇) 그 자체였다. 용정순 시의원은 “원주화훼특화관광단지 집단에너지사업 환경영향평가서 제출 시한이 5월31일인데 지금까지 제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원주시는 “민간사업자에게 수차례 자료제출을 요구했지만 거부했다”고 답했다. 결국 정회를 거듭한 끝에 주식회사 원주에너지는 지난 17일 시의회에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다. 앞서 시의회는 (주)원주에너지가 자료제출을 거부하자 “의사일정을 보이콧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런 일전불사의 기세에 상임위는 TV 3사 카메라까지 동원돼 높은 관심을 보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원주시의회나 (주)원주에너지 모두 비난받아 마땅하다. 논란이 된 자료는 이미 환경부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어 누구나 볼 수 있다. 다만 다운로드만 안될 뿐이다.

이런 탓에 행정정보공개대상에서 제외됐다. 원주시의회가 이 자료에 집착하는 것은 지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SRF열병합발전소 문제를 ‘현미경 검증’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렇다면 환경부 홈페이지에서 그 궁금증을 모두 해소할 수 있는데 굳이 기를 쓰고 자료제출을 관철시키려는 것은 사업자 군기잡기 아닌가. 현장에 있던 취재진 사이에서 ‘갑질’이야기 까지 나온 것은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주식회사 원주에너지의 처신도 납득할수 없다. 회사측은 “모든 국민이 열람가능한데다 자료가 1부 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이 오용(誤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모든 자료가 유리알처럼 만천하에 오픈된 마당에 배수진을 치고 자료제출을 거부함으로써 “뭔가 공개되면 안되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게 아닌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는데 뭔가 있을 거야”란 세간의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환경영향평가서는 분명 이를 수행한 전문기관에서 원본파일을 갖고 있다. 이 파일만 인쇄소에 넘기면 금방 제본해서 나올 수 있는 자료인데, 이걸 거부해 논란을 자초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명분이 없다.

SRF열병합발전소 건립문제는 지역에서 ‘갈등의 지뢰밭’이다. 이미 웬만한 정보는 모두 공개됐다. 숨길 것도 없고 숨겨서도 안된다. 결국 별것도 아닌 수준이하의 논란거리로 아까운 시간만 허비한 셈이 됐다. TV개그프로그램 ‘봉숭아학당’ 소재감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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