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방한담>내 종아리를 쳐라
<차방한담>내 종아리를 쳐라
  • 금태동
  • 승인 2017.11.20 0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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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태동<시인>

사지선다형(四肢選多形) 교육의 폐해로 이해를 한다. 토지문학관 인근 찻집에서 지인과 만난 후에 내 사무실로 돌아오는 방향을 잘 몰라 회전식 로터리를 살피다가 우측으로 가는 것이 맞을 것 같은 직감이 들어 방향을 틀다가 보도가 없는 길을 건너던 젊은 남녀와 마주쳤다. 속도를 크게 내지 않았기에 전조등이 위압감을 주기는 했을지 모르지만 그리 큰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다.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에 창문을 내리고 정중하게 사과를 하려 하는데, 이따위로 운전을 한다며 다짜고짜 내게 거칠게 욕설을 한다. 창문을 올리며 목례를 하며 지나오는데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분명한 것은 그들이 무단횡단을 하고 있었고, 나는 조금 급했지만 정상적인 운행을 하고 있었기에 그들에게 논리의 부당함을 항의할 근거가 있었지만 이런 상황은 논리보다는 우격다짐이 화를 부를 것이 자명할 터이다.

전직 미국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교육의 문제를 언급 할 때마다 한국 교육의 우수성을 여러 번 설파한 기억이 있다. 막상 한국 내에서는 현실교육에 대한 정책이 체계화 되지 않아 큰 혼돈을 겪고 있음을 우리는 또한 기억하고 있다. 구한말에 서원 철폐령이 내려지고 쇄국정책을 쓰던 혼돈의 시기를 지나 일제 강점기를 거쳐 6·25까지 우리 국민에게 무슨 교육이라는 것이 있었던가? 강점기에 사용되던 일본제국주의 교과서를 미 군정이 공수해온 교과서와 짜깁기하여 만들어낸 초등 교과서는 우리 전통의 교육기조와는 완전히 배치되었다.

조선시대에 국민교육이라는 개념은 없었지만 아동교육 과정의 교과목들이 천자문 사자소학 동몽선습 명심보감 등이라면 이 책들은 자연과 우주 인간의 본질에 관한 내용들이고 궁극적으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이치를 나열하고 있다. 물론 이것만으로 현대화된 서구 문화를 흡수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가치를 송두리째 묵살한 것이 화근이라면 화근이 된 정책이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정책도 인구정책도 산업정책도 혹은 다른 전반의 어떠한 정책도 시대의 흐름을 적확하게 반영하여 이끄는 것이 지도자의 의무일 것이다.

“무턱대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산아제한 표어가 방방곡곡에 붙어 있던 반세기 전의 기억이 또렷하다. 내가 결혼한 무렵은 이른바 수출드라이버를 걸었던 시기로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구호아래 산업역군이 된 나는 규모가 작은 공장에서 밤낮이 없었고 휴일이 없었다. 예비군 훈련 통지서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였고, 쌀쌀한 겨울에 벌칙을 포함하여 무려 9일의 동원훈련 소집통지를 받고 훈련장을 찾았다. 삼십 개 월의 군 생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왠지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연병장에 도열해 있는데 높은 분이 나와서 이번 훈련을 면제받고 집으로 돌아 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알렸다. 나를 포함한 손을 든 예비군들은 버스를 타고 인근 종합병원으로 가서 지장을 찍고 정관수술을 받은 후에 귀가했다.

참으로 열심히 산업 현장에서 일했다고 자부하지만 딸아이 하나를 귀하게만 간수하였지 인성을 세밀하게 돌아보지 못하였다. 다행이라면 제 아비의 우성 두뇌 유전자를 물려받았음인지 커가는 동안 우수한 성적을 받아 왔고, 원하는 대학을 졸업하고 큰 기업에 정규직으로 들어가서 가정을 이루기까지 거칠 것이 없었으니 부모인 나와 아내를 기쁘게 한 무남독녀다. 사위 또한 대기업 연구실에 근무하는 안정적 직업을 가졌으니 무엇을 더 바라는 것은 욕심일 것이다.

평소에도 짬을 내어 며칠씩 해외여행을 가던 아이들이 백년만의 황금연휴라 일컬어진 지난 추석에 해외여행을 가지 않고 시댁과 외가를 찾고 친정을 오니 대견했다. 거기까지다. 나는 일을 핑계로 사무실을 나왔고, 늦잠을 잔 아내와 아이들이 식당에서 점심과 소주 여러 병을 마시고 집에서 막걸리를 더 마시고 술김에 제 어미와 다투다가 음주운전을 하여 집을 나섰다. 아내가 울면서 사무실로 전화를 했다. 오호 애제! 누구를 탓하랴. 내가 너를 잘못 교육하였으니 내 죄가 크다. 내 종아리를 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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