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혁신도시 이전 후 원주에서의 삶
[기고] 혁신도시 이전 후 원주에서의 삶
  • 이강희
  • 승인 2021.06.13 2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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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희 [도로교통공단 홍보처 대리]
△이강희 [도로교통공단 홍보처 대리]

혁신도시 이전 후 원주에서의 삶은 교통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차량 소유 여부에 따라 좋고 나쁨이 극명해 보인다. 최근 지역 청년들과 이주해온 공공기관 직장인들이 참여해 지역 청년 정주여건에 대해 토론하는 ‘원주혁신라운드테이블-라이프스타일인 원주:청년편’에 다녀왔다. 가장 큰 이슈는 교통. 자차를 소유하기 어려운 대학생, 사회 초년생은 대중교통의 불편함에 대해 이야기했고, 차량이 있는 직장인들은 원주에서 삶에 쾌적함을 느낀다는 상반되는 의견이 나왔다.

먼저 대중교통의 불편함을 얘기해보자. 그날 회의가 끝난 후 자차가 있는 사람들은 순식간에 회의장을 빠져나갔지만, 차가 없는 사람들(주로 대학생)은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간 후 20분이고 30분이고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학생들은 등교하기 위해, 시외버스를 타러 시내로 나가기 위해 한 시간에 한 대 오는 버스에 의지한다. 원주시에 관광지와 맛집 등 명소가 많다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한 이동에는 상당한 시간과 체력을 소비해야 한다. 대중교통으로 소금산 출렁다리를 다녀온다고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차를 소유한다면 180도 달라진다. 구석구석에 맛집과 예쁜 카페들이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된다. 외곽으로 조금만 빠지면 동해바다 혹은 산으로 여행하기 좋다. 결정적으로 주차도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 원주시가 혁신도시를 유치하면서 대중교통 노선을 늘리고 각종 인프라를 확대했는데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자차 없는 이동이 더욱 불편해졌는지, 왜 자차 소유의 필요성이 더 늘어났는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개선책 마련이 필요한 때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이유는 원주에 혁신도시와 기업도시가 생겨 생활권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먹거리 동네인 단계동, 시청을 중심으로 형성된 무실동 상권에서만 집중적으로 문화생활과 여가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의 버스가 이곳을 거쳐 가기 때문에 크게 불편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동 거리가 늘어날수록 불편이 더해진다. 혁신도시에서 대중교통으로 연세대 미래캠퍼스, 상지대를 등교 할 때, “버스 한 대 놓치면 답이 없다.”는 대학생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무척 안타깝게 느껴졌다. 또한 출발지가 버스 노선이 많은 곳인지 여부에 따라 배차간격 대기 등에 소요되는 시간은 매우 큰 차이가 난다. 

이에 더해, SNS로 인해 우리는 ‘멀어도 가보고 싶은 곳’을 많이 접하게 됐다. 차가 없는 한 동료는 “차만 있다면 원주 곳곳에 숨어있는 맛집과 카페에 가고 싶은데, 대중교통으로 가기 어려운 곳을 발견하면 너무 아쉽다”고 푸념한다. 혁신도시로 이주해 와서 가장 좋은 점은 점심식사 후 남은 짧은 휴식시간을 이용해서도 자동차 전용도로를 타고 가장 좋아하는 서곡리 카페에 다녀올 수 있다는 점이다.

차가 없다면 버스가 다니지 않는 곳은 가지 못하고, 버스 이동이 가능하더라도 이동시간(배차간격 및 여러 정류장을 거쳐 가는 시간)을 고려해 포기하기 일쑤였을 것이다. SNS를 통해 작고 소중하고 귀여운 곳에 가서 인증 사진도 찍고 즐기고 싶지만, 차가 없어 포기한 경험을 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반면 차만 있다면 SNS 검색을 통해 갈 곳 많은 원주다.

‘대중교통은 시민의 발이다’라는 말이 있다. 원주시가 발전하고 인구가 늘어나면서 버스의 역할은 더더욱 증대되었다. 과거보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문화와 여가를 영위하는 반경도 상대적으로 넓어졌다. 하지만, 발전 속도에 비해 대중교통은 시민들이 원하는 만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개선의 목소리 또한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버스 운행을 통한 수익 즉, 유동인구에 따른 실 이용자를 절대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주시처럼 교통과 이동에 있어 버스에 의지해야 하는 곳에서 교통수단은 더더욱 중요한 요소이다. 자차를 소유하지 않은 시민도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앞으로 관련 정책과 체질개선 논의 등을 통해 시민의 발인 대중교통이 더욱 발전하고 편리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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