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삶의 희로애락이 담긴 닥종이 인형전
[기고]삶의 희로애락이 담긴 닥종이 인형전
  • 이주은
  • 승인 2021.08.22 20: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주은 [사단법인 한지개발원 사무국장]
△이주은 [사단법인 한지개발원 사무국장]

원주한지테마파크 개관 후 2011년 개최하였던 [이야기가 있는 닥종이 인형전]이 업그레이드되어 ‘Season 2’라는 타이틀로 관람객을 맞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과 백신접종 이후 불확실성 속에서 시작한 전시는 시민의 호응으로 기간이 연장되었고 막바지 휴가철이 지난 요즘도 삼삼오오 전시장에 관람객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뮐렌도르프의 비너스로부터 확인된 바와 같이 다양한 국가, 세대, 혹은 다양한 예술사조를 거치며 인류는 줄기차게 ‘우리’를 만들어 왔다. 유희, 창작, 주술의 의미가 담긴 ‘우리’를 만들면 그것은 조각이거나 인형이거나 피겨(figure)로 재탄생됐다. 그리스 신화의 인물들은 대리석으로, 인도의 시바모습을 형상화한 나타라자(Nataraja)는 청동으로 많이 제작되었고 중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민중의 교화와 오락에 중요한 역할을 했었던 중세의 종교 인형극(Marionettes, Puppet play)이 있어 인형의 제작, 극의 번성을 알 수 있다.

우리와 인형의 관계를 살펴보면, 삶 속에서 애착인형으로 시작되는 인형에게 처음 말을 걸기도 하면서 사회화를 연습하는 대상으로 인형이 사용되기도 했다. 그래서 인형이란 것이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일까? 한지로 표현된 조형물 중 우리가 가장 친근하게 여기는 장르는 닥종이 인형이다. 생로병사,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닥종이 인형은 우리의 실제 몸과 같은 듯 다르기 때문에 대면과 동시에 즉각적으로 타자화가 되어 감상이 한결 여유로울 수 있다. 소재로 보자면 닥종이 인형은 우리의 종이 한지로 만들기 때문에 목재, 철재, 플라스틱, 도자기, 대리석으로 만든 인형이나 조각품보다 따뜻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한 겹 한 겹 붙여 작가가 인내한 시간만큼 표정을 드러내는 닥종이 인형은 관람객이 보는 순간 은근한 감동을 느끼고, 인형을 통해 작가의 의도가 그대로 전달되는 미덕이 크다.

[이야기가 있는 닥종이 인형전 Season 2]는 한정되어 있지만 짜임새 있는 공간 구성으로 많은 작가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 원주의 정체성을 담아내려 노력했다. 이 기획전시에는 인간의 애환을 주로 집요하게 탐구하는 박성희 작가, 현대인의 자화상을 우화적으로 표현한 김양희 작가, 우리의 놀이를 해학과 행복의 형상으로 표현한 김영애 작가, 위안부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하여 형상화한 문유미 작가, 전통 복식 재현을 중심으로 닥종이 인형을 만드는 김희선 작가, 원주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풀어놓은 원주한지테마파크 닥종이 인형 동아리 ‘꼬꼬지’, 그리고 원주한지로 다양한 인형극을 만들어 캠페인을 진행한 유니마(UNIMA:국제인형극연맹) 소속 작가의 인형과 영상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1기획 전시실에서 진행하는 닥종이 인형전과 같은 시기에 2기획 전시실에서는 원주 평화의 소녀상 제막을 기념한 ‘평화의 소녀상을 다시 기억하다’ 전시도 함께 진행되어 예술성에 의미를 더한 전시가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우리’의 재현과 묘사를 넘어 주관적인 감정과 체험을 인형에 표출하는 작품을 모았다. 다양한 작가, 다양한 작품을 풍성하게 준비한 만큼 감동도 배가 되리라 생각하며, 여름의 끝자락에서 날마다 생을 이끌어 나를 살리는 ‘우리’의 몸에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이야기가 있는 닥종이 인형전 Season 2] 도록에서 일부 발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