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언격(言格)은 곧 인격(人格)이다
[살며 사랑하며] 언격(言格)은 곧 인격(人格)이다
  • 임길자
  • 승인 2021.09.05 2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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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향 임길자 [문막노인복지시설 정토마을 원장]
△도향 임길자 [문막노인복지시설 정토마을 원장]

노자는 ‘땅은 하늘에서 배우고 하늘은 도에서 배우고 도는 자연에서 배운다’라고 했다. 사람, 땅, 하늘, 도를 거슬러 맨 꼭대기에 있는 스승이 바로 자연이란 것이다. 그 중 가장 큰 깨우침은 “자연에는 억지로 하는 일도, 무엇을 위해 하는 일도 없다. 또 꽃은 꽃을 피우기 위해서 애쓰지 않는다. 그냥 꽃을 피운다. 나무는 싹을 내기 위해 따로 노력하지 않는다. 그냥 싹을 틔운다. 새는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해 과외 수업을 받지 않는다. 꽃이 열매를 맺기 ‘위해’ 피는 것이 아니고, 물이 목마른 사슴을 먹이기 ‘위해’ 흐르는 것이 아니듯 자연은 말 그대로 ‘그냥 그렇게 있음을 가르친다’”라고 했다.

우리의 언어에는 생각이 담기므로, 언어의 혼탁과 오염은 사용자의 사고와 타락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손을 들어 힘주어 내뿜던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여러분! 그리고 완전히 엮은 것입니다. 여러분!’이라 말하던 사람이 문득 떠오른다. 언어의 추락은 정치인의 말을 믿을 수 없다고 인식하게 했다. 국가의 상처다. 건강을 잃은 거친 말과 어둡고 추한 표현들로 언어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

한 철학자는 “인간의 사고 체계가 언어를 결정한다”라고 보았다. 그는 “언어와 사고의 긴밀성을 바탕으로 상호 소통하고, 생각하고, 학습하는 데에 언어를 사용하면서 문명과 문화를 이루었다. 이처럼 언어를 정교하게 부려 쓴 생명체가 없어 인간은 태양계 유일의 문명인이 되었다”라고 했다. 이와 같이 인간은 언어를 도구로 가져 만물의 영장(靈長)이라고 한다. 인간의 언어는 약속이라 정의롭다. 내가 말해서 공정하고 네가 말해서 부정한 언어는 없다. 함께 만든 규약과 지침 속에는 너의 말이 우리의 뜻으로 통한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김경일 교수(아주대학교)의 진단에 의하면 “정치권은 소통형 언어를 구사하지 않고 기능형 언어를 구사하는 소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말하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 말하는 법만 다시 배워도 인생이 달라질 것이다. 우리 사회가 팍팍한 이유도 소통을 지향하는 개방적 언어가 빈곤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얼마 전 모 정당의 대통령 경선 후보자로 나선 사람의 기자회견 내용과 태도가 많은 사람들의 입과 생각을 얼룩지게 하고 있다. 부모님께서 보유하고 있는 토지가 취득과정 및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지적하자, 그는 아버지께서 노후를 보내기 위한 수단으로 취득한 땅이라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소속 정당의 경선후보자 발걸음을 멈추고 자신을 선택해 준 해당 지역주민들에게 국회의원직을 돌려드리겠다고 했다. 다음 날 또다시 같은 장소에서 두 번째 기자회견을 했다. 부모님께서 취득한 부동산이 부적절할 수도 있겠다는 것을 인정하는 듯 했다. 잘 모르면 그냥 그렇게 해명하면 되었다. 그다음은 절차에 따라 조사든 수사든 이루어질 것이고, 결과는 기다려 볼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을 통해 쏟아지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지적한 주변인들을 다시 그 거친 입으로 소환했다. 황당했던 건 그가 선택한 문장들과 태도였다. 아마도 여러 가지 자기 방어기제가 발동했던 것 같다. 지금 그가 내면에서 앓고 있는 갈등이 그동안 자신이 지은 구업(口業)은 아닌지 안타깝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많은 예비후보자들이 날마다 남의 흠결은 과장되게 폭로하면서 자신에 대한 성찰은 하지 않는다. 그들의 입에서 언어의 품위와 품격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언어 습관에는 그 사람의 인식과 살아온 환경이 담겨져 있다. 정치인의 언어는 중요하다. 왜냐하면 정치인의 언어수준이 그 사회의 인식수준을 나타내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어디서든 명연설의 핵심은 진정성과 공감이다. 바른 생각은 바른 말을 만들고, 바른 말은 바른 행동의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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