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지켜드릴게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3>
[살며 사랑하며] 지켜드릴게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3>
  • 임길자
  • 승인 2021.12.05 2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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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향 임길자 [문막노인복지시설 정토마을 원장]
△도향 임길자 [문막노인복지시설 정토마을 원장]

주간보호와 단기보호를 이용하던 백일홍님이 시설 입소를 결정하였다. 부축 없이 걷기는 가능하지만 다양한 이상행동을 보호자들이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동안 가까운 거리에 사는 딸 가족이 수시로 부모님 댁을 방문하여 부모님의 위생 상태를 살피고 집안 살림을 거들었다. 그러나 딸 내외도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한정된 시간에 안․밖을 챙기는 일이 몹시 힘들었다.

부모님을 어느 시설에 모셔야 할지 말지의 결정은 순전히 자녀들의 선택이다. 어르신 자신이 시설을 선택할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부모님이 계실 시설을 선정하기 위해서는 바쁘더라도 꼭 시설을 방문하여 직접 눈으로 환경을 살펴보고 시설 운영자를 만나볼 필요가 있다. 가능하면 부모님이 사시던 곳과 너무 멀지 않았으면 좋겠고, 자녀들의 방문이 용이한 곳이면 좋겠고, 주변 환경이 매우 낯설지 않았으면 좋겠고, 부모님의 정서와 닮은 곳이면 더 좋겠다.

시설의 화려한 외형 및 규모의 정도와 내 부모님이 누리고 싶은 행복의 질은 서로 같지 않다. 아무리 좋은 장비가 있어도 어르신이 사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눈으로 화려한 식단일지라도 어르신이 씹지 못하고 삼키지 못하면 그림의 떡이 되는 것이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자녀들의 곁을 떠나 시설에 입소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엄청난 충격이고 상처다. 부모님들이 가장 선호하는 노후는 자녀들의 돌봄 속에서 사는 것이고, 자녀들이 곁에서 지켜보는 상태에서 하직 인사를 하고 싶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작금(昨今)의 현실은 부모님의 마지막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2021-11-01> 게재되었던 내용을 이어간다. 노인장기요양인정서에 ‘시설급여’가 명시되어 있으면 시설에 입소가 가능해진다. 위의 백일홍님은 ‘재가급여’를 ‘시설급여’로 변경하여 시설에 입소하였다. 시설에서는 어르신의 일상생활 전부 즉, 매일 건강체크(vital sign)는 물론 인지․정서 지원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어르신의 입맛과 건강상태를 고려하여 가능하면 제철식재료를 사용하는 등 건강하고 정직한 식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노인장기요양시설에서는 다양한 직종들(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간호조무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조리사 등)이 저마다 전문성을 가지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시설에 입소하는 어르신 대부분은 다양한 노인성 질환(치매, 뇌혈관질환, 파킨슨 등)을 앓고 계시므로 시설 내에서도 여러 가지 일들이 발생한다. 혼자 걷다 넘어지기도 하고, 침대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어르신들끼리 다투다가 상처가 나기도 한다. 현재 시설의 인력구조는 1:1케어가 어려운 환경이다 보니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들을 놓칠 때도 있다. 이런 경우 시설은 적극적 조치를 해야 할 책임이 있고, 지체없이 일어난 상황 전부를 보호자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시설과 보호자는 서로의 입장을 공감하고 심중(心中)을 헤아려야 한다. 녹록지 않은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사명(使命)을 다하고 있는 시설들이 많이 있음을 말하고 싶다. 

어르신이 시설에 입소할 경우 월비용이 궁금할 것 같아 필자가 운영하는 시설 기준으로 안내한다. 전호(2021.11.01.)와 같이 급여와 비급여로 구분하여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데, 급여비용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인력 및 운영비를 포함하고 있고, 비급여비용은 어르신에게 제공되는 식․간식비 등을 의미한다. 급여에 대한 본인부담금은 동일하지만, 비급여(식․간식비)는 시설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반대상자인 경우 3등급 기준, 월 30일 이용 시 보호자가 부담해야 하는 월비용(급여 36만 9,120원+비급여 24만 9,000원)은 61만 8,120원이 발생하며, 등급별 급여비용은 월 3~4만 원 정도 차이가 난다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다사다난했던 신축년 한 해가 저물어 간다. 그동안 원주신문에 보내주신 아낌없는 관심에 깊이 감사드리며, 「살며 사랑하며」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차이나는 일상을 보다 따뜻하고 진지한 언어로 촘촘히 살펴서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 만들기에 온기를 보태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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