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 시조(時調)이야기
[세상의 자막들] 시조(時調)이야기
  • 임영석
  • 승인 2022.06.12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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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 [시인]
△임영석 [시인]

시조가 예술로서의 발아된 시점은 고려 말 최영, 이색, 이존오를 비롯해서 조선조 맹사성, 박팽년, 이개, 성삼문, 김종서, 송시열 등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현대에 와서 1926년 국민문학파의 민족 문학으로서의 시조 창작 운동에 의하여 시조라는 장르가 육당 최남선으로부터 시작해 가람 이병기, 이광수, 정인보, 이은상, 조운, 이희승, 최현배, 심훈, 한용운 등 많은 문인이 시조를 썼다. 이후 정훈, 김어수, 정완영, 박재삼, 이우종, 이태극, 이영도, 장순하 등의 시인들이 현대시조의 부흥을 이끌었다.

내가 1980년에 시조를 접할 수 있었던 것도 현대시조의 부흥을 이끌던 시인들을 접하며 그들에게 시인으로 등단의 관문을 거쳤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간한 시조집 『입꼬리 방정식』을 통해 많은 시인들의 격려와 글을 받았다. 시조 역사를 연구해 온 신웅순 시인(문학박사)이 전화를 해 와 따뜻한 격려와 현대 문학으로 시조가 어떻게 발전해야 할까 하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나에게 던졌다. 몇몇 선배 시인은 시조라는 문학의 당위성을 이어갈 임영석 같은 시인이 존재하여 든든하다는 말을 듣게 되어 용기를 백배 얻었다. 물론 자유시를 쓰는 많은 시인들도 시조의 운율과 감성이 시적 모멘텀(momentum)을 이렇게 풀어 놓을 수 있어 읽는 흥을 느낄 수 있었다는 감상평도 들었다.

시조라는 장르는 초장(3.4.3.4), 중장(3.4.3.4), 종장(3.5.4.3)의 글자 수를 운율에 맞추어 지어야 한다. 이 평시조(단시조)를 두 수 이상 연결해 지으면 연시조가 된다. 나는 평시조를 하나의 돌로 만든 조각품이라 설명을 하고, 연시조는 두 개 이상의 돌로 쌓은 탑 같은 것, 또는 그 이상의 건축물과 같은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내 몸에 입어 불편함이 없는 옷이어야 보는 이도(독자) 불안함을 잊고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다른 시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상상을 통해 나만의 시조 작품으로 시조를 써야 시조가 발전을 거듭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같은 모양의 탑으로는 감동을 만들 수가 없기 때문이다. 

원주 지역은 이색(1328~1396)이 여주로 유배를 와 학문적 영향을 끼쳤고, 운곡 원천석(1330~ 미상)은 끝까지 고려 왕국의 신하임을 자처하여 조선 건국 후, 이방원이 왕에 오르고 집까지 찾아가 만나려 했으나 이를 알고 미리 피하여 조선의 신하로 남기를 거부한 학자로 꼽힌다. 그 정신을 담은 아래 시조는 고시조 중에서도 명작으로 꼽는다.

1. 눈 맞아 휘어진 대를 뉘라서 굽다탄고 
굽을 절이면 눈 속에 푸를소냐 
아마도 세한고절은 너 뿐인가 하노라 

2. 흥망이 유수하니 망월대도 추초로다
오백년 왕업이 목적에 부쳐시니
석양에 지나난 객이 눈물 겨워 하노라

▲원천석 시조 중에서

원주 지역에서도 많은 시인들이 시조를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조라는 문학 장르도 시대를 아우르는 정신을 담아야 한다. 그 시대의 흥(삶)을 담지 않으면 문학으로써의 생명력이 오래갈 수 없다. 고려 말부터, 오백 년 조선의 역사를 거쳐, 근대 100년의 역사를 더하면 지금 시조의 역사는 700년 가까이 되었다. 이 유구한 시조가 많은 이들이 읽을 수 있는 문학의 장르로 변천을 거듭해야 시조라는 것이 살아 있는 문학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많은 이들이 우려하지만 그 첫째는 시조를 쓰는 시인들의 작품성이 뛰어나야 그 명맥이 끊기지 않는다고 본다. 

내 몸도 저 낫처럼 구부러져 녹이 슬면 / 잡초 하나 못 베고서 줄다리기 할 것인데 / 그때는 두려움 없이 불에 녹여 두드려라 // 불속에 달구어서 두드리지 않는다면 /
내 몸의 금속성은 붉은 녹이 달라붙어 / 세월의 변덕에 그만 와르르르 무너지리라

▲임영석 시조 「세월 앞에서」 전문

문학은 작품으로 말하는 것이다. 원주에 운곡 원천석 이후 원주를 말하는 대표적인 시조 시인으로 700년 시조 역사를 새롭게 이어가는 시인으로 살겠다는 각오로 다니던 회사도 6년 전 퇴직을 했다. 온전히 삶의 정신을 받쳐야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시조가 우리 정신을 이어주는 문학으로 『입꼬리 방정식』 시조집을 발간했다. 많은 이들이 시조를 사랑하고 읽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내 열정이 시조의 부흥을 이끌어내지 못하여 늘 가슴이 아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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