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소르그스키의 생애와 음악 >

후기 낭만파 시기 동유럽에서는 슬라브 민족을 중심으로 ‘국민음악 운동’이 일어났는데, 이 운동의 중심에 ‘러시아 5인조’가 있었고, 그중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이가 바로 ‘무소르그스키(Modest Petrovich Mussorgsky, 1839-1881)’다. 

그는 러시아 작곡가들 중 독창성이 가장 뛰어났지만,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음악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던 관계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였고, 알코올중독과 간질로 병원에 수용되어 살다가 일찍 생애를 마감했던 비운의 작곡가이다. 

‘민족주의’ 작곡가답게 그의 작품들 중 상당수가 러시아의 역사나 민담(民談), 민요의 영향을 받았으며, 민요 선율을 차용하여 작품을 만들기도 했는데, 이는 당시 작곡가들 사이에서 흔히 유행하던 방식이다. 

원래 그는 부유한 지주의 아들로 태어났고, 7세 때 리스트의 소품을, 9세 때는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는 등 어려서부터 특출한 재능을 보였다. 그의 부친은 그가 13세 되던 해에 사관학교에 보냈지만 무소르그스키는 거기서도 오페라 작곡을 시도하는 등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간직하고 있었다.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근위대에 근무하면서 러시아 5인조인 군의관 ‘보로딘’을 만났고, 역시 러시아 5인조인 ‘발라키레프(Balakirev)’를 만나 본격적인 작곡 레슨을 받기 시작하면서 음악의 꿈을 다시 펼치게 되었고, 교향시 ‘민둥산의 하룻밤’으로 호평을 받기도 한다. 

< 시련과 좌절 속에서도 피어난 음악 >

그러나 곧바로 그에게 찾아온 두 사건이 있었으니, 하나는 정신질환이고, 또 하나는 ‘러시아 농노해방’이었다. 

농노해방은 지주 계급이었던 무소르그스키 집안을 큰 어려움에 빠지게 만든다. 작곡가로서 서광이 비취려던 순간에 그는 낙향하여 농장 일을 도맡아 해야 했다. 

농장 일과 체신부, 산림청 등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도 그는 꿈을 잃지 않고 작품들을 쓰기 시작했는데, 대부분의 음악 공부를 독학으로 해서 그런지 그의 작품세계는 독특한 면이 많았고, 미완성 작품들도 많다. 

무소르그스키의 작품으로는 교향시 ‘민둥산의 하룻밤’,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 피아노곡 ‘전람회의 그림’과 가곡들이 있다. 

< 전람회의 그림 피아노 원곡 >

오늘은 <전람회의 그림> 피아노 버전 원곡을 감상하도록 하겠다. 관현악 버전이 컬러 사진이라면 피아노 버전은 흑백사진 같은 고풍스러운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날 무소르크스키의 절친 ‘하르트만(화가)’이 갑작스레 사망하자 무소르그스키와 친구들은 그를 추모하는 ‘전람회’를 개최하였는데, 그 전람회에 전시된 ‘하르트만’의 그림들을 주제로 작곡한 곡이 바로 <전람회의 그림>이다. 

이 작품은 ‘프롬나드(Promenade)’와 10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악장은 전시된 그림들을 묘사한 것이다. 표제음악의 전형이다.

0) 프롬나드(Promenade) 
‘산책’이라는 뜻으로 전람회의 그림들 사이를 오가는 발걸음을 묘사하며 이후에도 간주곡으로 계속 나온다. 고인이 된 하르트만이 이 전람회를 관람할 것이라는 희망이 섞여 있다. 
1) 난장이 불규칙한 리듬으로 절뚝거리며 달려가는 난장이를 묘사
2) 고성 고풍스러운 중세의 옛 성 앞에서 음유시인이 노래를 부른다.
3) 튈르리 궁전 
밝고 명랑하게 노는 아이들
4) Bydlo
소 두 마리가 끄는 커다란 바퀴가 달린 폴란드의 수레가 천천히 오는 광경
5) 달걀 껍질을 덜 벗은 햇병아리들의 춤 
불규칙한 리듬으로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연출
6) 부자 유대인과 가난한 유대인
7) 리모주의 시장 프랑스 소도시의 시장에서 벌어지는 여인들의 사소한 소동
8) 카타콤 
로마 시대의 지하 묘지, 초대교회 성도들이 박해를 피해 살던 곳
9) Baba Yaga(마녀 이름)빗자루를 타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마녀의 모습
10) 키예프의 대문 거인의 걸음걸이를 연상케 하는 힘차고 위풍당당한 악상, 전곡을 화려하게 마무리

https://youtu.be/zeIzK9QWnK4 (전람회의 그림 피아노 조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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