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초간단 영국 런던 출장기
[기고] 초간단 영국 런던 출장기
  • 이주은
  • 승인 2022.07.10 21: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주은 [사단법인 한지개발원 사무국장]
△이주은 [사단법인 한지개발원 사무국장]

25년 전 내가 만났었던 아일랜드의 하숙집 아주머니보다 새침하고 콧대 높고 권위적인 영국인을 상상하며 런던 히스로 공항에 도착했다. 2021년 12월부터 올해 5월 말까지 진행된 이탈리아 한지문화제의 성과로 이탈리아 전시 작품이 모두 영국으로 이동, 6월부터는 주영한국문화원의 초대 기획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암스테르담에서 경유하며 비행기를 놓칠 뻔한 서늘한 에피소드를 뒤로 하고 런던에 도착했을 때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70주년 기념식(Platinum Jubilee)으로 6월 첫째 주의 런던은 온통 축제의 분위기로 들썩거렸고 영국 국기 유니언 잭이 도로를 수놓고 있었다. 4일에는 버킹엄궁전에 가려다가 콘서트 예약자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하여 못 들어간 아쉬움이 있었는데 그 행사도 즉위 기념식을 기념하는 대형 콘서트로 엘튼 존 등이 출연하고 일반시민과 주요 노동자들이 초청된 행사였다.

6월 10일에 영국 한지문화제 ‘Hanji; Paper Compositions’의 오픈식을, 11일 토요일에는 지광국사탑 한지모빌 만들기 워크숍을 마치고 한국문화원을 나서는데 나체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 때문에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알고 보니 ‘세계 나체 자전거 대회 (World Naked Bike Ride)’에 참가한 사람들이었다. 매년 전 세계 70~80여 개 도시에서 동시 개최되는 이 행사는 자전거 이용자의 권익 보호, 차 중심 문화와 화석원료를 비판하는 캠페인 성격이 강한 시위 행사로 1,000여 명의 참가자가 무료로 참가하고 있었다.

또한 같은 날 트라팔가 광장에서는 주말 무료 클래식 콘서트도 진행됐다. 한국문화원과도 가까운 거리에 있는 내셔널 갤러리를 방문하고 나오니 벌써 광장 앞은 인산인해였다. 펜스 안으로 입장을 안 하거나 못 한 사람들은 내셔널 갤러리 계단 위에 낮아 모니터로 음악회를 감상했고 나도 관중이 되어 주말 오후의 호사를 누렸다. 트라팔가 광장을 이동할 때는 성소수자를 권익을 지지하는 신호등을 보며 걷는다. 2016년 새로운 런던시장 취임 후 바뀐 트라팔가 광장의 50개의 특별한 신호등은 나름 이번 출장의 레어템이었다.

△테이트모던 증축관 전경 [사진=이주은 제공]
△테이트모던 증축관 전경

런던을 가로지르는 템즈강을 따라 산책하는 길은 다양한 문화·역사 시설을 볼 수 있는 길이기도 했다. 이번 행사 참가자인 4명 모두 런던 체류 기간 동안 짬을 내어 테이트 모던 미술관을 두 번이나 방문했다. 테이트 모던은 런던 환경오염의 주범인 화력발전소를 재생하여 2000년 개관한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런던의 남과 북의 도시 균형발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런던의 많은 미술관 중에서도 테이트 모던은 현대미술을 주로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다른 미술관처럼 특별전시를 제외하고 모든 상설전시가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화이트큐브의 이미지를 탈피하는 미술관, 시민과 세계인에게 팔을 벌려 환대하는 국가적 차원의 배려는 예술에 대한 영국인의 태도와 가치 기준을 가늠할 수 있게 했다.

테이트의 4개 미술관(런던의 테이트 브리튼과 테이트 모던, 리버풀의 테이트 리버풀, 콘월의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은 전시 성격과 기간에 따라 작품이 서로 옮겨 다닌다고 한다. 테이트 모던에서 마르셀 뒤샹의 기념비적인 작품 ‘샘’과 바바라 크루거, 제니 홀저 등의 개념 미술작가 작품을 영접했고 우리나라 현대미술을 견인하고 있는 양해규 작가의 블라인드 설치작품을 통해 우리 미술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실감했다.

새침하고 콧대 높고 권위적인 상상 속의 영국인들이 아니라 외국인에게 친절하고 생명을 존중하고 유머러스한 그들, K-paper ‘한지’에 열광한 영국인이 런던에 있었음을 고백하며 짧은 출장기를 마친다.

World Naked Bike Ride 홈페이지 (https://www.cyclinguk.org/event/world-naked-bike-ride-london-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