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70) 페르골레지 ‘니나’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70) 페르골레지 ‘니나’
  • 최왕국
  • 승인 2022.07.2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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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국 [작곡가]
△최왕국 [작곡가]

< 최단명 작곡가 페르골레지 >

‘요절한 작곡가’ 하면 보통 모차르트(36세)나 슈베르트(31세)를 떠올리게 된다. 역사에 가정(假定)이란 없다고는 하지만, 이 분들이 십년만 더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그런데 슈베르트보다 더 단명한 작곡가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이탈리아 출신의 작곡가 겸 바이올리니스트 ‘페르골레지(Giovanni Battista Pergolegi)’다. 그는 1710년에 태어나 1736년에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26년이라는 짧은 생을 살았지만, <사흘째 잠든 니나(Tre giorni son Nina)>라는 노래를 통하여 아직도 우리들 마음속에 살아 있는 작곡가이다.

세상에는 슬픈 노래가 많지만 필자는 이 노래보다 더 슬픈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대한 애끓는 감성을 어찌 그리 절절하게 표현했는지...

혹시 자신의 짧은 생애를 직감하고 그 감성을 이 노래에 담았는지도 모르겠다.

< 조반니 바띠스타 드라기(Giovanni Battista Draghi)는 누구? >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등 일반적으로 우리가 서양의 인물들을 부르는 이름은 성(姓, family name)이다. 마찬가지로 페르골레지라는 이름도 성(姓)인데, 원래 그의 성씨는 ‘Draghi’였다고 한다.

그런데 원래 살았던 고향 페르골라(Pergola)를 떠나 이사를 간 후에는 ‘페르골라 출신’이라는 뜻의 ‘페르골레지’라는 성씨로 불리게 되었다. 계명창법을 만든 ‘귀도’가 ‘아레초 출신의 귀도’라는 뜻으로 ‘귀도 다레초(Giudo d’Arezzo)‘라고 불렸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본 칼럼 13회 참조)

< 마님이 된 하녀 >

페르골레지는 바로크에서 고전파로 넘어가는 시기인 ‘로코코’ 시대의 작곡가로 분류되며, 18세기 나폴리 악파의 대표적인 작곡가다. 그의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아름다운 멜로디’라 말하고 싶다. 특히 빠른 템포의 음악에서도 선율의 유려함을 유지했는데, 이것을 ‘알레그로 칸타빌레’ 기법이라고 하며 후대 작곡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페르골레지의 대표작은 <마님이 된 하녀>다.

이 작품은 1733년에 초연된 <콧대 높은 죄수>라는 오페라의 막간극이었는데, 정작 본 작품 보다는 막간극인 <마님이 된 하녀>가 흥행에 성공을 하게 된다. 본 작인 <콧대 높은 죄수>는 ‘opera seria’였고, <마님이 된 하녀>는 ‘opera buffa’인데, ‘오페라 세리아’는 진지한 내용을 다룬 음악극이며, ‘오페라 부파’는 풍자적인 희극 오페라이다.

처음에는 ‘오페라 세리아’의 막간에 지루함을 덜어주기 위한 기분 전환용으로 짧은 ‘오페라 부파’가 삽입되었지만, 점차 독립된 장르로 인정받게 된다. <마님이 된 하녀>도 처음엔 막간극이었지만 나중에는 독립된 공연으로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게 되며, “마님이 된 하녀는 오페라 부파의 시조”라고 평가하는 평론가들도 많다.

‘오페라 세리아’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전설이나 신화의 주인공들인데 반하여 ‘오페라 부파’에는 현실 세계의 사람들이 등장하여 친근감을 더해준다. 이후 ‘오페라 부파’는 <피가로의 결혼> 등 모차르트의 작품에서 한껏 꽃을 피운다.

<마님이 된 하녀>의 흥행은 ‘오페라 부파’를 ‘오페라 세리아’로부터 독립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며, 페르골레지 사후에 이른바 ‘부퐁 논쟁’을 일으킬 만큼 어마어마한 호평을 받게 된다. ‘부퐁 논쟁’이란 프랑스 궁정 오페라와 이탈리아 오페라 부파의 우열 논쟁이다. <마님이 된 하녀>라는 작품 하나가 음악계를 넘어서 왕실과 지식인들에게까지 파벌을 일으킬 정도였으니 대단하다 할 수 밖에...

오늘 들으실 음악은 페르골레지의 아리아 <사흘째 잠든 니나>이다. 간결하고 쉬운 멜로디를 간간히 나오는 반음계적 화성 진행에 담아 깔끔하게 표현한 수작(秀作)이다. 원래는 가사가 있는 노래지만, 오늘은 첼로 연주로 감상하도록 하겠다. 중저음 끈끈한 음색의 첼로 선율을 장마철 빗소리와 함께 듣는다면 최고의 감성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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