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제3의 장소’가 활성화된 원주를 기대하며
[문화칼럼] ‘제3의 장소’가 활성화된 원주를 기대하며
  • 전영철
  • 승인 2022.08.28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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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철 [상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br>
△전영철 [상지대 FIND칼리지학부 교수]

미국의 도시사회학자 레이 올덴버그(Ray Oldenburg)는 1989년 그의 저서 ‘제3의 장소’(The Great good Place)에서 가정, 학교나 직장에 이어 동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나 교류하는데 필요한 장소를 제3의 장소라고 밝혔다.

시대 흐름에 따른 제3의 장소 변천사를 보자. 농경사회에서는 마을 느티나무 아래 정자나 마을회관, 구멍가게, 이발소, 미용실 등이 되었을 것이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대개 술집이나 커피숍으로 거의 매일 드나들며 편안하게 쉬거나 좋은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으로 바뀌었다. 제3의 장소는 집과 일터의 숨 막히는 삶에서 가벼운 숨을 쉬고 타인과 교류를 위한 공간이라는 것이다.

눈을 나라 밖으로 돌려보자.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 커피문화와 느린 삶(slow life)에서, 영국의 펍(PUB)문화에서, 미국의 스타벅스 커피숍에서도 각각 찾을 수 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멩컨(H.L.Mencken)은 20세기 초 볼티모어의 선술집인 터번을 ‘조용한 피난처’, ‘일상으로부터의 망명처’라고 했다.

이러한 제3의 장소는 무료 또는 저렴한데다 식사와 음료가 제공되고, 접근하기 쉽고 걸을 수 있는 장소, 습관적으로 모이는 곳, 친절하고 편안해야하는 것은 물론 오래된 친구와 새로운 친구를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사교적인 공간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창조도시의 연구자들이 창조적인 환경의 조건으로 말하는 것들이 여기에 다수 포함된다.

이제 원주를 돌아오자. 2020년 원주시민 사회조사결과를 보면 강원도 타 지자체의 공동체의식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지역공동체의 복원이라는 문제를 원주가 안고 있음을 볼 수 있고, 이는 문화적인 해법을 가지고 접근해야 함을 암시하고 있다.

원주의 제3의 장소로는 어디가 있을까? 우선 뉴욕의 하이라인과 같은 중앙선 폐철도부지의 원주천과 원도심을 따라가는 옛 철길이 있다. 일본 오사카의 수변테라스와 같은 공간이 원주천과 우산천일 수 있다. 서울의 청계천이 원도심의 새로운 매력요인으로 부각된 것처럼 원도심의 물길은 사람과 자연의 자연스런 흐름을 통해 도시의 새로운 에너지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경제적인 타당성만 놓고 보면 당장 이러한 제3의 장소에 대한 필요성은 낮을 것이다. 하지만 문화적인 공간과 프로그램에 대한 미래세대의 갈망은 더욱 크다. 실제로 지역에 있어 정주여건 가운데 우선 꼽히는 것은 자녀교육과 문화예술 공간과 활동, 병원 등 건강시설이다. 지역에 아무리 좋은 직장이 있더라도 수도권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나방처럼 수도권으로 청년들이 몰려드는 것은 제3의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활력 있는 라이프스타일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소멸 위기와 더불어 여기저기 워케이션(workcation)이니, 한 달 살기니, 원격사무실이니 하는 관계인구 정책이 한창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관계인구의 교류가 활발한 지역을 살펴보면 한결같이 전통문화가 숨 쉬고 그러한 바탕 위에 첨단문화와 디지털 환경이 접목되어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외부의 사람들을 친절하게 환대(hospitality)하는 문화를 지니고 있다.

서울에서 자동차를 몰고 젊은 청춘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원주가 아닌 ○○카페를 내비게이션 목적지에 입력하고, 오직 하나의 목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과거 스몰비지니스로만 치부했던 작은 카페, 서점, 동네술집, 작은 갤러리 등이 골목트렌드와 로컬크리에이터의 활동으로 살아나고 있다.

레이 올든버그는 그의 주장을 마무리하면서 환경심리학의 아버지였던 미국의 로저 바커(Roger Barker)의 견해를 소개한다. “인간의 행동은 그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만 알면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경험은 그 경험을 할 만한 장소에서 일어난다. 그 장소가 없다면 경험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가 자칫 무시하고 있는 제3의 장소가 활력화 된 원주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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