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원주의 농촌풍경을 미래자산으로
[문화칼럼] 원주의 농촌풍경을 미래자산으로
  • 전영철
  • 승인 2022.10.23 1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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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철 [상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br>
△전영철 [상지대 FIND칼리지학부 교수]

몇 년 전인가. 김태리 배우가 열연했던 ‘리틀 포레스트’에서 자전거를 타고 노랗게 물든 들녘 한가운데로 자전거로 질주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영화를 보면서 도시 생활에 상처받은 주인공이 시골에 내려와 유기농 먹거리를 해 먹으면서 엄마와의 추억을 기억하고 나름대로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일찍이 우리 영화에서 그러한 농촌 생활 자체를 소재로 멋지게 그려낸 경우가 없어서 알고 보니 일본의 영화 시나리오를 다시금 우리 영화로 각색한 것이었다. 어떻든 영화가 상영되고 나서 소소한 즐거움을 행복의 척도로 생각하는 ‘소확행’이 트렌드어로 떠올랐다. 영화의 영향으로 최근 카페에 ‘논 뷰’가 명소로 등극했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경북 칠곡 가산면 학산리에 가면 ‘학수고대’라는 논 한 가운데 있는 2층은 카페, 1층은 청소년들의 마을 공부방이 있는 공간이 있다. 논일하고 2층 멀리 전원풍경이 펼쳐진 곳에서 커피나 허브차 한잔을 즐기기도 한다. 또 멀리 읍내에 가지 않고 이 공간에서 마을 주민들을 위한 평생학습 교실이 주민이 원하는 교과목으로 열리기도 한다. 카페 앞에는 학이 그려지고 “당신이 오기를 학수고대하였습니다”라는 손글씨가 멋스럽게 마을의 품격을 높이고 있다.

MZ세대들의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쌀의 소비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밥심으로 산다는 어른들의 이야기는 과거의 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이런 문제 때문에 자연의 먹거리에 대해 식문화 교육의 하나로 농사짓는 체험을 유아기부터 실시하는 곳도 있다. 원주에서도 농업기술센터의 다양한 도시농업의 시도도 눈길을 끌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도농도시 중심으로 논을 전망으로 하는 대규모 카페들이 ‘논 뷰’라는 차별성을 바탕으로 문을 열고 많은 사람을 받아들이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답답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주는 공간으로써 새롭게 드러나고 있다. 요즈음 청년들은 자연과 접하면서도 도시 일상에서 누렸던 것을 누리는 것을 큰 체험의 요소로 생각하고 그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논 뷰 카페도 그중 하나이고 해변에서 커피를 즐기는 피크닉도 그런 것 중의 하나일 것이다.

도시라는 아파트 숲에 둘러 쌓여 수직적인 공간에 숨이 막히는 도시인들에게 논과 들이라는 수평적인 공간에 초록색이 넘실대는 공간은 정녕 요즈음 젊은이들에게 멋진 공간일 것임이 틀림없다. 일본 니가타현 에츠고쯔마리 대지예술제가 열리는 마츠다이 라는 곳에 계단식 다랭이 논이 펼쳐진 곳에 네덜란드 건축그룹 MDRV가 설계한 ‘농무대(農舞臺 )’가 있다. 이 공간은 다랭이 논에서 일을 하는 농부들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보면서 식사도 하고 농산물도 사고 여행의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미술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전시관도 있어 충실하게 플랫폼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면서 많은 사람을 산골 마을까지 끌어들이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언젠가 축제 자문 때문에 모시와 소곡주로 유명한 충남 서천의 한산면을 방문한 적이 있다. 거기서 소곡주라는 우리의 전통 증류주와 논과 금강의 갈대숲이 있는 풍경을 살려 서원의 공간과 한옥을 청년들의 거점 게스트하우스로 제공하고, 소곡주파티까지 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라는 첨언을 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논에 농약을 지나치게 많이 뿌려 논이 위험한 공간이라는 경계의식이 몸에 배었지만, 사실은 생명의 공간이요, 풍요로운 곡식이 농부들의 손길을 받고 자라나는 공간이지 아니한가?

그때 말했던 것이 도움이 되었는지 서천 한산마을은 청년 마을로 거듭 태어났고 청년 마을의 거점으로 논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을회관이 다시 태어나 개관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소중했던 논은 과거에 농약을 뿌리지 않던 자연농법 시절에는 노동요도 부르고 농악도 즐기는 노동과 동시에 여가 공간이었다.

원주는 아직 도시화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문막평야와 남한강변의 농촌풍경, 섬강변의 너른 뜰 등 목가적인 풍경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러한 풍경의 가치를 소중한 자산으로 인식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한 겨울에는 이런 논은 생산기능을 거두고 긴 휴식으로 접어들기도 한다. 이제 논의 가치와 논의 활용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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