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77) 여성 작곡가들 (下)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77) 여성 작곡가들 (下)
  • 최왕국
  • 승인 2022.10.3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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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국 [작곡가]
△최왕국 [작곡가]

< 파니 멘델스존 >

독일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이며 멘델스존의 누나인 ‘파니 멘델스존’은 뛰어난 음악적 재능과 열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당시에는 여자가 직업적으로 음악 활동을 하는 것을 금기시하던 사회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아버지는 파니에게 “음악은 그냥 취미 활동과 교양 수준에서 만족하라”고 종용했다. (이상 지난 칼럼 요약)

다행히 어머니(레아 멘델스존)가 성악을 하신 분이라서 딸의 음악 활동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고, 넉넉한 가정 형편 덕분에 훌륭한 선생님을 집으로 모셔서 레슨을 받을 수 있었다.

그녀의 나이 15세가 되자 파니의 음악 활동에 대한 아버지의 압박은 더욱 강해졌다. 음악을 너무나도 사랑했던 파니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지만, 사회 통념상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남동생 ‘펠릭스 멘델스존’의 음악활동을 위한다는 명분은 덤이었다.

더구나 ‘멘델스존 가(家)’는 상류층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여자의 음악활동에 대하여 좋지 않게 보는 분위기였다. 상류 사회에서 이러한 인식은 비단 음악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모든 직업 활동이 흉거리로 치부되는 분위기였다.

파니가 30세 되던 1835년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그녀는 다시 왕성한 음악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멘델스존 家에서 운영하는 ‘일요 음악회’에 자신이 작곡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등 400여곡을 썼다.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된 작품집 하나 없던 그녀는 1846년 드디어 가곡과 피아노 곡집을 출판하지만 이듬해 급성 심장병으로 사망한다. 음악적 교감을 함께 나누던 누나를 잃은 펠릭스도 슬픔에 쌓여 지내다가 같은 해 같은 증상으로 누나를 따라가게 된다. 파니의 나이 42세, 펠릭스의 나이 38세 때의 일이다. 이들의 사인인 심장병은 가족력이었다고 전해진다.

< 클라라 슈만 >

독일의 대작곡가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의 아내로 잘 알려진 ‘클라라’는 슈만의 피아노 선생님이었던 ‘비크’의 딸로서 뛰어난 음악적 재능과 미모로 슈만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여인이었으며, 슈만의 음악 활동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그녀의 역할은 대작곡가 슈만의 조력자로서 그치지 않고, 음악적 천재성을 바탕으로 활발한 연주 활동과 작곡 활동도 하였는데, 클라라의 작품들은 지금도 각종 연주회에서 종종 연주되고 있다. 클라라와 슈만의 이야기는 본 칼럼 1~3회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으니 일독을 권한다.

< 바다르체프스카 >

‘엘리제를 위하여(베토벤)’와 ‘소녀의 기도(바다르제프스카)’...

필자도 그랬지만, 누구나 피아노를 처음 배울 때면 하루 빨리 연주해 보고 싶어 하는 곡들이다. 피아노 초보자들의 로망인 셈이다.

이렇게 베토벤의 작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소녀의 기도’를 작곡한 ‘바다르체프스카(Tekla Badarzewska-Baranowska)’는 폴란드 출신의 작곡가이며 출생년도는 명확하지가 않다. 두 가지(1829년, 1834년)설이 있는데, 그녀의 사망 연도가 1861년이니 27세, 혹은 32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것.

그녀에 대한 기록이나 평론과 기사들은 많지 않지만, ‘짧은 손가락’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열심히 노력하여 피아노의 거장 안톤 루빈슈타인에게 극찬을 받을 정도로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오늘은 ‘바다르체프스카’의 피아노 소품 ‘소녀의 기도’를 감상하도록 하겠다. 기술적으로 많이 어렵지 않으면서도 화려한 음악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아르페지오’ 연주기법을 최대한 살려서 짧고 간단한 주제를 효과적으로 변주한 명곡이다.

바다르체프스카는 정식 음악 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간혹 이 곡의 ‘아마추어리즘’을 들어 혹평하는 평론가도 있지만, 간결하고 쉽게 청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이 곡의 매력은 아무나 따라할 수 없는 독보적인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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