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79) 스메타나의 조국 (2) 팔려간 신부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79) 스메타나의 조국 (2) 팔려간 신부
  • 최왕국
  • 승인 2022.11.2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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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국 [작곡가]
△최왕국 [작곡가]

<6개의 교향시 ‘나의 조국’>

스메타나의 연작 교향시 ‘나의 조국’은 총 6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얼핏 6악장으로 구성된 교향곡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각각 독립된 교향시다.

▶ 1곡 – 비셰흐라트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프라하의 옛 성을 묘사)

▶ 2곡 – 블타바 강 (직전 칼럼 참조)

▶ 3곡 – 샤르카 (보헤미아 전설의 여전사 이야기)

▶ 4곡 – 보헤미아의 숲과 초원에서...

▶ 5곡 – 타보르

▶ 6곡 – 블라니크

제5곡과 제6곡은 종교개혁 세력인 ‘후스’ 교도의 투쟁 이야기로 ‘후스’ 교파의 찬송가 선율이 등장하며, 제6곡의 마지막 부분은 찬란한 승리의 행진곡으로 마무리된다.

한편 ‘교향시(symphonic poem)’는 ‘리스트’가 창시한 음악 형식으로서 다악장(주로 4악장)으로 이루어진 ‘교향곡(sympony)’과는 달리 ‘시(poem)’처럼 간결하게 단악장으로 쓰인 곡이며, 문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체코의 민족 오페라 ‘팔려간 신부’>

오랫동안 오스트리아의 지배하에 있던 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독일식 언어와 생활 문화가 일반화되었다. 음악 또한 오스트리아와 독일 양식이 만연해 있었는데, ‘보헤미아 민족주의 작곡가’ 스메타나는 체코의 언어와 삶, 그리고 보헤미안 민속 리듬과 선율이 담긴 온전한 민족 오페라 ‘팔려간 신부’를 작곡하였다.

희극 오페라인 만큼 코믹한 내용과 활기찬 분위기, 그리고 ‘권선징악’의 교훈이 있으며, 이후 체코 작곡가 ‘드보르작’과 ‘야나체크’로 민족 오페라의 명맥이 이어진다.

<오페라 ‘팔려간 신부’의 스토리>

1860년대 보헤미아 농촌을 배경으로 하는 코믹 오페라 ‘팔려간 신부’의 주인공은 가난한 농부의 딸 ‘마렌카’와 떠돌이 청년 ‘예닉’이다. 둘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지만, 돈독이 오른 중매쟁이 ‘케칼’의 농간으로 농장주 ‘미샤’의 둘째 아들 ‘바젝’과 강제 결혼을 해야 할 처지다.

중매쟁이의 소개로 ‘바젝’을 만난 ‘마렌카’는 자기는 사랑하는 남자가 있으며, 만약 결혼을 강행하게 되면 당신을 죽일 수도 있다고 협박을 한다. 이에 겁먹은 ‘바젝’은 다른 여자와 결혼하기로 약속한다.

사실 ‘미샤’의 둘째 아들 ‘바젝’은 후처의 아들인데, 지능이 좀 딸리고 언어장애도 있으며, 첫째 아들은 계모의 구박을 못견디고 가출한 상태다. 그런데 여기서 대반전...

가출한 첫째 아들이 바로 ‘마렌카’의 연인 ‘예닉’이라는 것. 그것도 모르는 중매쟁이 ‘케칼’은 ‘예닉’에게 ‘마렌카’와 헤어지면 거금을 주겠다 약속하고, ‘예닉’은 흔쾌히 승낙한다.

과연 예닉은 신부를 팔아먹은 파렴치한인가? 그러나 예닉은 계약서를 작성할 때 “마렌카는 반드시 미샤의 아들과 결혼을 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는 꼼수를 썼다. 중매장이는 예닉이 미샤의 첫째 아들임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마렌카는 자신이 돈 몇 푼에 팔려가게 된 것으로 오해하고 불같이 화를 냈지만, 양가 부모가 함께한 자리에 예닉이 나타나고 그가 미샤의 첫째 아들임이 밝혀지면서 둘은 계약서의 내용대로 결혼을 하게 된다. 결국 신부 마렌카는 “팔려간 듯, 팔려가지 않은, 팔려간 것 같은” 상황이 된 것이다.

<‘팔려간 신부’ 서곡>

필자가 대학 2학년때 학교에서 오페라 ‘팔려간 신부’ 전곡을 공연한 적이 있는데, 서곡의 목관악기 연주 기법이 너무 어렵다고 투덜투덜하던 관현악과 친구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사실 이 곡은 목관뿐만 아니라 현악기 역시 엄청난 고난도 연주 스킬이 필요한 곡이다.

코믹하고 명랑한 이 서곡에는 보헤미안 민속 춤곡을 바탕으로 하는 선율들도 간간히 등장하여 ‘체코 국민음악파’라는 스메타나의 정체성을 뚜렷이 나타내 주고 있으며, 서곡만 독립적으로 연주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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