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83) 드보르작 (4) 신세계 교향곡 (上)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83) 드보르작 (4) 신세계 교향곡 (上)
  • 최왕국
  • 승인 2023.01.2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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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국 [작곡가]
△최왕국 [작곡가]

< 신세계 교향곡의 번호 >

우리가 알고 있는 ‘신세계’ 교향곡의 번호는 9번이다. 그런데 어떤 곳에는 5번으로 표기되어 있기도 하다. 도대체 어떤 게 맞는 것일까? 만약 중간에 바뀐 거라면 어떤 사연이 있을까?

원래 드보르작은 살아생전에 총 5개의 교향곡(Symphony)을 발표하였다. 마지막으로 발표한 교향곡이 바로 ‘신세계’였으니 원래는 이 곡이 5번이었던 게 맞다.

그런데 드보르작에게는 미발표(遺作) 교향곡이 4곡 있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프라하에서 드보르작의 작품 전집이 발간되었는데, 거기에 이 4곡의 유작(遺作)들을 포함하여 작곡 연도에 따라 정리하여 새로운 번호를 부여했고, 그 결과 ‘신세계’ 교향곡은 9번이 된 것이다.

작곡된 순서에 따라 드보르작이 남긴 4곡의 유작들은 1번~4번이 되었고, 기존 3번이었던 곡은 5번, 1번은 6번, 2번은 7번, 4번은 8번, 그리고 5번이었던 ‘신세계’는 9번으로 재배치되었다.

< 신세계 교향곡의 국적은? >

한편 신세계 교향곡에 쓰인 음악적 재료에 관한 논쟁도 있었다. 이 곡은 미국에서 작곡된 곡이니 당연히 미국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곡에는 미국적인 요소가 전혀 없다”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었던 것. (요즘엔 아메리카 인디언 음악과 흑인영가의 특징이 곧 미국 음악의 특징으로 인식되는 터라 이러한 논쟁이 큰 의미가 없지만)

이 곡의 원제는 “From the new world”다. 직역하면 “신세계로부터”... 여기서 ‘new world’라 함은 당연히 미국을 뜻한다. 유럽에서만 살던 드보르작의 눈에 미국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던 것이다.

향수병에 시달리던 그는 틈나는 대로 보헤미안들이 많이 살던 ‘스필빌(아이오와주)’이란 마을에 찾아가 체코인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다. 끝없이 펼쳐진 대평원에 감동을 받았고, 동포들과 함께 즐기던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민요와 흑인영가에 매료되었다.

드보르작에게 인디언 민요와 흑인영가의 음악적 정서는 보헤미안의 그것과 비슷하게 느껴졌고, 이러한 특징들을 교묘하게 잘 조합하여 기존의 서양음악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음악 언어를 구사했다.

우리나라의 민속음악도 음계나 리듬, 멜로디 등 인디언들의 음악과 비슷한 점들이 많다. 이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신세계 교향곡을 좋아하는 면도 있다.

신세계 교향곡이 미국인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받자 ‘뉴욕 타임즈’는 “미국에도 예술음악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극찬했다. 이에 대하여 드보르작은 “이것은 체코 음악이고 영원히 그럴 것이다”라고 말한다. 역시 민족주의 음악가다운 발언이다.

< 1악장 해설 >

링크된 유튜브 영상은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신세계’ 1악장이다. 첫 부분 서주에서 느린 템포로 연주되는 첼로의 멜로디는 보헤미안 민속음악과 흑인영가의 절묘한 조화가 느껴지며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떨림과 동경심 등 복잡한 속내가 느껴진다.

잠시 후 플루트와 오보에에서 이 멜로디를 받고, 정적과 긴장감 속에 서주부가 진행되다가 크레센도를 동반하며 서서히 열기가 오르면서 Allegro(빠르게)로 당당한 느낌의 제1주제가 등장한다(링크된 영상 2분10초). 아메리카 대륙의 광활함을 나타내는 듯한 시원스런 이 주제는 호른(French Horn)에 의해 제시되며 이후 오보에와 현악합주의 순서로 연주된다.

제1주제가 여러 가지 모습으로 전개된 후 차분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한 제2주제가 등장하는데(3분14초), 처음엔 플루트와 오보에로 연주되다가 제2바이올린이 받아서 연주하며 곧바로 첼로와 더블베이스로 옮겨간다.

제시부가 끝난 후 이 두 주제 선율이 다양한 방법으로 변주되는 전개부를 지나 재현부를 끝으로 1악장을 화려하게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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