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86) 드보르작 (7) 협주곡들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86) 드보르작 (7) 협주곡들
  • 최왕국
  • 승인 2023.03.1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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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국 [작곡가]
△최왕국 [작곡가]

< 미국 음악과 드보르작 >

1893년 12월 16일 카네기홀에서 안톤 자이들이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초연되어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던 드보르작의 최대 걸작 ‘신세계 교향곡’에는 아메리카 인디언의 민요와 흑인영가의 음악적인 요소들이 짙게 배어 있다. 작곡자의 고향인 보헤미아 음악의 특징도 잘 녹아 있는 것은 기본이다.

드보르작은 흑인영가에 대한 애정이 컸기 때문에 뉴욕 시절은 물론, 체코로 귀국한 뒤의 작품에도 흑인영가의 영향이 있으며 흑인영가에 대한 칭송을 자주 했다.

“흑인영가는 미국 음악의 기본 뼈대가 될 것이다”

이러한 드보르작의 예언은 그대로 실현되어, 21세기 현재 ‘미국 음악’과 ‘흑인영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 바이올린 협주곡 A단조 Op.53 >

드보르작은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을 각각 한 곡씩 썼다. 그 중 첼로 협주곡이 가장 유명하지만 바이올린 협주곡도 첼로 협주곡에 버금가는 걸작이다.

드보르작은 어려서부터 바이올린을 배웠으며 오케스트라의 비올라 단원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바이올린의 연주기법에 능통했다. 이렇게 바이올린에 대한 전문 지식과 보헤미안 음악의 색채가 잘 어울어진 결정체가 바로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드보르작은 민족주의 작곡가였지만, 서유럽의 고전적인 양식을 충실히 따랐기 때문에 협주곡 또한 고전 협주곡 형식에 맞추어 작곡하였다.

따라서 드보르작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첼로 협주곡의 1악장은 모두 ‘협주곡용 소나타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보통의 소나타 형식은 ‘제시부-발전부-재현부‘로 구성되어 있지만, ‘협주곡용 소나타 형식’은 제시부가 두 개다. 하나는 관현악(Orchestra)을 위한 제시부, 또 하나는 독주 악기를 위한 제시부이다.

< 첼로 협주곡 B단조 Op. 104 >

드보르작 음악의 양대산맥인 ‘첼로 협주곡’도 ‘신세계 교향곡’, 현악4중주 ‘아메리카’와 마찬가지로 그의 뉴욕시절 작품이다.

1악장 첫 부분은 클라리넷의 조용한 선율로 시작되는데, 이 선율은 아메리카 인디언 풍의 멜로디로서, 인디언들과 가까운 혈통인 한국 사람들에게 매우 친숙하게 다가온다. 한 프레이즈를 마친 후 이 주제는 제1 바이올린에서 받아 완전5도 위인 F#단조로 연주된다.

처음 바이올린에서 연주될 때의 다이나믹은 ‘조금 세게(mf)’지만 곧바로 ‘매우 여리게(pp)’로부터 시작하여 크레센도(crecs. 점점 크게)를 거쳐 ‘매우 세게(ff)’까지 진행한다. 이 크레센도의 과정은 마치 바다의 파도가 밀려오는 것 같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

서주 부분의 작은 클라이막스 부분이 지나고 평온한 부분을 거쳐, 링크된 유튜브 영상 2분22초 경 호른(French Horn)으로 연주되는 선율은 마치 “두둥실 두리둥실 배 떠나간다”로 시작되는 홍난파의 가곡 ‘사공의 노래’를 연상케 할 정도로 우리에게는 친숙한 분위기의 멜로디다. 이 선율은 이후 첼로 독주로도 연주된다. (6분 8초)

본격적인 첼로 독주(3분50초)는 원조인 B단조로 시작하는데, 관현악으로 연주되는 첫 번째 선율과는 달리 ‘modal exchange(음계 혼용)’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modal exchange’는 상당히 전문적인 용어라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기로 하고, 간단히 말하자면 장조와 단조의 경계를 넘나드는 기법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러닝타임 16분가량의 1악장은 끝부분에 간단한 반주를 동반한 첼로 독주의 카덴짜로 화려하게 마무리한 후, 3/4박자의 느린 2악장이 시작된다. ‘신세계 교향곡’ 2악장처럼 향수를 자극하는 아름다운 악장이다.

힘차고 활기찬 론도 형식의 3악장은 보헤미안 민요의 선율을 반영하고 있으며, 1악장과 2악장의 주제 선율들이 가끔 등장하여 곡 전체의 통일감을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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