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89) 베르디 (3) 오페라 ‘리골레토’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89) 베르디 (3) 오페라 ‘리골레토’
  • 최왕국
  • 승인 2023.04.1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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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국 [작곡가]
△최왕국 [작곡가]

< 베르디의 오페라 >

“장엄하면서도 서정적인 오페라”

베르디의 오페라를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가난한 농촌 가정에 태어나 오페라의 거장으로 성장한 베르디.

부와 명예를 거머쥐고도 자신은 농부이기를 원했으며, 이탈리아의 통일이라는 격변기 속에서 정치가와 음악가의 길을 병행했던 그였기에, 그의 오페라에는 웅장함과 소박함이라는 상반된 요소가 자연스럽게 공존할 수 있었다.

베르디는 대작곡가로 성장한 후에도 흙을 동경했으며 (인부를 쓰긴 했지만) 직접 농장을 경영하기도 했다. 고향 땅의 농부들을 위하여 의료 시설을 세우기도 하고 자연재해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물질적 지원을 아끼지 않던 정 많은 사람이었다.

베르디의 오페라에 나오는 서곡과 아리아, 합창 등 음악적인 내용만으로도 요즘 흔히 쓰는 말로 우리 귀가 호강할 수 있다. 그만큼 그의 오페라는 음악적으로 완벽한 예술이다.

그러나 오페라는 음악과 문학, 무대장치, 미술, 연기 등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음악 외의 다른 요소들, 특히 오페라의 대본이 되는 문학적인 내용도 작품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더구나 한국어로 된 오페라는 거의 없기 때문에 오페라의 스토리를 미리 알고 감상하면 훨씬 더 좋을 것이다.

< 오페라 리골레토 >

리골레토는 ‘아이다’, ‘라 트라비아타’와 함께 베르디 오페라의 3대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리골레토의 원작은 레 미제라블로 유명한 프랑스의 소설가 빅토르 위고의 ‘왕의 환락’라는 작품인데, 오페라 내용이 왕실을 모독한다는 이유로 번번이 검열에 걸리곤 했다. 할 수 없이 베르디는 스토리를 이리저리 여러 번 바꿨고, 제목도 ‘리골레토’로 바꾼다. 호색한(好色漢)으로 묘사된 ‘프랑수아 왕’도 ‘만토바 공작’으로 바꾸는 등 등장인물도 대폭 바꾸고 나서야 가까스로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의 통일 국면에서 계급주의, 군주주의에 저항하는 시대정신이 반영되어 있어 더욱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 리골레토의 스토리 요약 >

이 오페라의 주인공인 리골레토는 등이 굽은 장애를 가진 궁정의 광대다. 호색한 만토바 공작은 성내 귀족의 부인과 딸을 농락하는 등 엽색(獵色) 행각을 벌이며, 리골레토는 이러한 만토바의 행각을 도와주는 댓가로 공작의 총애를 받으며 지내고 있다.

어느날 만토바 공작이 몬테르네 백작의 딸을 농락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저항하는 몬테르네를 조롱하는 리골레토.

그러한 리골레토에게 몬테르네는 “그러는 네가 공작보다 더 나쁘다. 너도 딸이 있으면 똑같이 당할 것이다”라는 저주를 퍼붓는다.

결국 리골레토는 애지중지 키우던 딸(질다)이 만토바 공작에게 농락당하고 버려지는 일을 당하게 된다. 복수를 결심한 리골레토는 킬러를 고용하여 만토바를 죽일 계획을 꾸미지만 정작 자객의 칼에 죽은 사람은 자신의 소중한 딸이었다.

사실 질다와 만토바 공작은 이전부터 성당에서 만나 썸을 타고 있던 사이였는데, 킬러들의 계획을 눈치챈 질다가 아버지와 만토바를 살리려다 대신 죽게 된 것.

이쯤 되면 거의 막장드라마 수준인데, 이러한 스토리가 사람들에게는 먹혔고, 무엇보다 음악이 뛰어났기 때문에 오페라 리골레토는 공전의 히트를 치게 된다.

오늘 감상할 곡은 오페라 리골레토 중 ‘여자의 마음’이라는 아리아인데, 만토바 공작이 질다를 버리고 또 다른 여자를 꼬시러 가며 부르는 노래다. “여자의 마음은 흔들리는 갈대처럼 변덕스럽다”는 가사 내용이지만, 사실 그건 만토바 공작 자신에게 해당되는 이야기.

이 곡은 워낙 유명한 아리아였지만 하이마트 광고에 쓰이면서 한국인들에게 더욱 친숙해졌다. 전설적인 테너 파바로티의 목소리로 감상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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