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90) 베르디 (4) 오페라 나부코 (上)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90) 베르디 (4) 오페라 나부코 (上)
  • 최왕국
  • 승인 2023.04.30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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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주인공은 주로 테너 가수가 맡았는데,
이 오페라에서는 주인공 ‘나부코’ 역할을
바리톤이 맡았다는 것이 특이한 점이자
새로운 도전이었다.
△최왕국 [작곡가]
△최왕국 [작곡가]

< 베르디 오페라의 특징 >

베르디의 오페라는 쉽고 대중적이며 아름다운 멜로디가 특징이다. 또한 그의 작품은 성악적인 기교가 화려하며 듣는 이에게 강한 인상(impression)을 주기 때문에 누구나 한 번만 들으면 기억할 수 있는 노래들이 많다.

베르디는 이전 오페라 작곡가들과는 달리 ‘합창’을 아리아만큼 중요하게 생각했으며 ‘대장간의 합창(일트로 바토레)’, ‘개선 행진곡(아이다)’,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나부코)‘ 등 유명한 오페라 합창곡들이 많다.

< 베르디를 세상에 알린 오페라 나부코 >

베르디의 3번째 오페라이자 최초의 성공작인 ‘나부코’는 베르디를 일약 이탈리아의 국민영웅으로 만들었다. 베르디는 1838년에는 딸을, 1839년에는 아들을 잃었고 1840년에는 사랑하는 부인과도 사별하게 되었으며 설상가상으로 공들인 오페라 ‘하루만의 임금님’도 흥행에 실패한 상황이었다.

삶의 의욕을 잃고 방황하던 시기였기에 작곡이 손에 잡히지 않았지만 이미 ‘라 스칼라’ 극장과 계약이 되어 있던 터라 억지로라도 오페라를 써야만 하는 처지였다.

그런 베르디에게 들어온 오페라 ‘나부코’의 대본은 그의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들었다. 특히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부분은 실의에 빠진 베르디의 마음을 강하게 움직였고, 일단 다른 부분은 제쳐 놓고 최우선적으로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부터 작곡을 하게 된다.

< 동병상련의 오페라 >

베르디 시절의 이탈리아는 지금처럼 통일된 국가가 아니라, 나폴리, 베네치아, 밀라노 등 여러 개의 군소 도시국가로 분립한 상태였다. 게다가 베르디의 고향 부세토 인근과 주요 활동무대였던 밀라노 등 많은 도시국가들은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외세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조국의 독립에 대한 염원이 높았던 시기에 작곡된 오페라 ‘나부코’는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간 유대인들의 이야기였기에 이탈리아인들에게는 ‘동병상련’의 감성이 느껴졌다. 특히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오스트리아의 압제하에 있던 자신들의 처지를 대변해 주는 듯한 가사로 인하여 더욱 큰 사랑을 받게 되었다.

< 나부코 스토리 >

‘나부코’는 성경에 나오는 인물 ‘느부갓네살’의 이탈리아식 발음이며, 바벨론의 왕으로서 남유다 왕국의 수도 예루살렘을 무자비하게 점령하여 유대인들을 바벨론으로 끌고 가 종살이를 시킨 인물이다.

이전까지 보통은 오페라의 주인공은 주로 테너 가수가 맡았는데, 이 오페라에서는 주인공 ‘나부코’ 역할을 바리톤이 맡았다는 것이 특이한 점이자 새로운 도전이었다.

오페라 ‘나부코’의 배경은 기원전 6세기 예루살렘과 바벨론이며, 왕위 계승을 둘러싼 부녀간의 갈등과 연적 관계에 있는 자매의 갈등을 그린 오페라이다. 픽션이기 때문에 실제 역사와는 차이가 있음을 밝혀 둔다.

‘나부코’의 딸 ‘아비가엘’은 용감한 장수였고 왕위를 물려받으려는 야심찬 공주다. ‘아비가엘’이 선봉장으로 예루살렘을 점령하자 이후에 ‘나부코’가 말을 타고 예루살렘 성전에 와서 모조리 약탈하고 불태우라고 명령하며 유대인들은 바벨론에 노예로 끌려가게 된다.

공을 세운 ‘아비가엘’은 당연히 자기가 왕위를 계승할 줄 알았는데, 충격적이게도 그녀의 생모는 노비 출신이며, 왕위는 동생 ‘페네나’에게 계승될 것이라는 정보를 접하게 된다.

격분한 아비가엘은 아버지(나부코)와 동생(페네나)을 제거하고 왕위에 오르려 하는데, 때마침 나부코가 벼락을 맞고 쓰러지자 떨어진 왕관을 주워서 머리에 쓴다.

왕위를 계승한 아비가엘은 동생 페네나가 유대교로 개종했으며 히브리(유대인) 노예들을 풀어주고 있다고 주장하며 모두 처형하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나오는 노래가 바로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다. 오페라 나부코의 남은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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