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91) 베르디 (5) 오페라 나부코 (下)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91) 베르디 (5) 오페라 나부코 (下)
  • 최왕국
  • 승인 2023.05.1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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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지금도 이탈리아에서는
제2의 국가(國歌)로서 사랑받고 있으며
각종 행사에서 제창되고 있다.
△최왕국 [작곡가]
△최왕국 [작곡가]

< 지난 이야기 >

바벨론 제국의 왕 나부코의 딸 아비가엘은 선봉장으로서 예루살렘을 점령하는 공을 세우며 왕위를 물려받으려는 야심찬 공주다. 그러나 그녀의 출신성분 때문에 왕위가 동생에게 계승될 위기에 처하자 아버지와 동생을 제거하고 왕위에 오르려 하는데...

< 나부코 스토리 2 >

시간을 살짝 거슬러 올라가서...

아비가엘 공주가 예루살렘을 점령하자 곧이어 나부코가 예루살렘에 입성하는데, 그는 격렬히 저항하던 유대인들을 잔인하게 진압하고 성전을 약탈하고 불지르라 명령한다.

의기양양한 아비가엘은 당연히 자신이 왕위를 계승할 것이라고 믿지만, 자신의 생모가 노비 출신이며 왕위는 동생에게 계승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정보를 접하게 된다.

이쯤에서 지난 칼럼의 내용들을 한 층 더 깊이 들여다보도록 하겠다.

나부코는 예루살렘 성전에서 전리품으로 가지고 온 왕관을 쓰고서 ‘유대인의 신은 사라졌으며 이제부터 내가 신이다‘라는 선포를 하다가 신의 노여움을 사 벼락을 맞고 쓰러진다. 안그래도 부왕을 제거하려던 아비가엘은 떨어진 왕관을 주워서 머리에 쓰고 왕좌에 앉는다.

얼마전 바벨로니아 종교인 ‘바알’신을 섬기는 사제로부터 ‘동생 페네나 공주가 유대교로 개종하였으며 히브리 노예들을 해방시키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왕좌에 앉은 아비가엘은 그러한 명분으로 페네나 공주와 히브리인들을 처형하라 명령한다. 이러한 절망적인 시점에서 바로 그 유명한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 연주된다.

한편, 벼락에 맞았던 나부코는 정신줄이 오락가락하는 와중에도 작은 딸 페네나의 구명을 위해 큰 딸 아비가엘에게 무릎 꿇고 사정을 해 보지만 그러한 행동은 아비가엘의 화만 돋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결국 나부코는 감옥에서 유대인의 신께 자신의 신성모독죄에 대한 회개 기도를 한다. 나부코의 회개 기도가 통했는지 그의 정신이 멀쩡해지고 나부코에게 군사들이 몰려들어 충성을 맹세하며 왕궁으로 진군한다.

이미 대세가 넘어감을 느낀 아비가엘은 독약을 먹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며, 페네나의 사형집행도 취소된다. 또한, 바벨론의 거대한 신상이 스스로 무너지는 기적 같은 현상을 목격한 나부코는 히브리 노예들을 해방시켜 주며 고향으로 돌아갈 것을 허락한다.

< 간단한 고증 >

‘고증’이란 단어를 쓰기엔 다소 민망하지만, 오페라 ‘나부코’는 픽션이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과의 차이를 살짝 들춰보기로 한다. 실제로 나부코의 왕위는 아비가엘이 아닌, 아들 벨사살에게 정상적인 방법으로 승계되었으며 따라서 오페라에서처럼 나부코가 다시 왕권을 탈환하는 일도 없었고, 결국 아들 벨사살은 신흥 강국 페르시아에게 나라를 넘겨주게 되고 만다.

또한 오페라에서 나부코는 감옥에 갇혔지만 실제로 그는 들로 쫓겨나 소처럼 풀을 먹으며 살았는데, 오페라의 내용처럼 회개기도를 한 것은 맞지만 히브리 노예들를 해방시킨 인물은 나부코가 아닌 페르시아 왕 ‘고레스(키루스)’였다.

<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가사 번역 >

19세기 중반까지도 외세의 지배를 받고 있던 이탈리아 국민들에게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해방과 통일을 염원하는 상징적인 노래로 받아들여졌고, 지금도 이탈리아에서는 제2의 국가(國歌)로서 사랑받고 있으며 각종 행사에서 제창되고 있다.

이 곡의 원제는 ‘가거라 내 마음이여 금빛 날개를 달고’이며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출처:국립 오페라단 공연실황)

가거라, 생각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

가거라, 산등성이 위와 언덕 위에도 앉아 보아라

고향땅의 달큰한 공기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향내를 풍기네

요단강 강둑에, 무너진 시온의 탑들에도 인사를 하렴

 

오, 너무도 아름다운 잃어버린 나의 고국

너무나 사랑스럽고 애달픈 추억이여!

 

운명을 말하는 예언자의 금빛 수금이여

너는 왜 침묵하며 버드나무에 걸려 있는가?

가슴 속 추억을 되살려 과거의 시절을 이야기해 주렴

예루살렘의 운명과도 같은 잔인한 통곡의 소리를 연주하렴

 

혹은 주님께서 네게 용기를 북돋을 노래를 보내시어

고통을 이길 수 있게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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