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92) 베르디 (6) 일트로바트레 (上)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92) 베르디 (6) 일트로바트레 (上)
  • 최왕국
  • 승인 2023.05.2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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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일트로바토레를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대장간의 합창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최왕국 [작곡가]
△최왕국 [작곡가]

< 베르디의 4대 오페라 >

사람들은 3이나 4라는 숫자로 Best List 만들기를 좋아한다. 예를 들면 ‘인간의 3대 욕구’라든지, ‘4대 문명 발상지’, ‘4대 성인’ 등등...

음악계에도 ‘독일의 3B’, ‘4대 바이올린 협주곡’ 등 숫자 3이나 4를 활용한 리스트가 꽤 있다. 필자도 본 칼럼 189회에서 베르디 오페라의 3대 걸작으로 ‘아이다’, ‘라트라비아타’, ‘리골레토’를 꼽았다. 그렇다면 베르디의 4대 오페라에는 어떤 작품이 추가될까?

그런데 이게 참 난감한 것이...

필자가 꼽은 베르디 3대 오페라 중에도 평론가들이 뽑은 베르디 4대 오페라에 포함되지 않는 곡들이 가끔 있다.

< 오페라 일트로바트레 >

가까운 예로 작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베르디 4대 오페라 갈라콘서트’에서는 필자가 거론했던 3곡 중 ‘라트라비아타’만 있고, 나머지는 ‘돈 카를로’, ‘오델로’, ‘일트로바토레’로 채워졌다.

그러나 2013년 베르디 탄생 200주년 기념으로 대한민국 오페라대상 조직위원회가 주최한 ‘베르디 4대 오페라 갈라콘서트’에서 공연된 목록을 보면 필자가 언급한 세 곡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명작 오페라 제조기로 통하는 베르디의 작품들을 3대니 4대니 하며 리스트업을 하는 것 자체가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십년 전 베르디 탄생 200주년 공연에서는 탈락했지만, 지난해 예술의전당 공연에서는 베르디의 4대 명작 오페라로 포함된 ‘일트로바토레’에 대한 이야기다.

< 중세 음유시인 >

오페라 ‘일트로바토레’는 15세기 스페인의 아라곤 지방을 배경으로 하며, 빠른 이해를 위하여 중세 음유시인을 뜻하는 ‘일트로바토레(Il Trovatore)’라는 단어를 소개하겠다.

음유시인이란 요즘으로 말하자면 싱어송라이터(Singer songwriter)와 비슷한 개념이다. 중세 음유시인은 ‘작사’ 부분이 좀 더 강조된 의미로 보면 좋을 것 같다.

평론가들은 보통 일트로바토레를 ‘무술과 예술에 재능을 두루 갖춘 기사(騎士)를 칭하는 단어’라고 설명하는데, 사실 중세의 음유시인들은 기사 같은 귀족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귀족 출신이 많았겠지만 차츰 서민층으로 전파되었으며, 시대와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트루바도르’와 ‘트루베르’, 스페인에서는 ‘엘트로바도르’, 베르디의 모국인 이탈리아에서는 ‘일트로바토레’라고 불렀다. 한편 독일에서는 ‘미네징어(Minesinger)’와 ‘마이스터징어(Meistersinger)’라는 칭호가 쓰였는데, 대학시절 서양음악사 시간에 이 용어가 등장하자 수업이 끝난 후 친구들끼리 “혹시 이거 마징가 Z를 잘못 쓴 거 아니냐?”며 익살스럽게 웃던 추억이 떠오른다.

< 대장간의 합창 >

오늘 소개할 오페라 ‘일트로바토레’의 주인공 ‘만리코’도 음유시인이며, 폭압적 권력인 ‘루나 백작’ 가문에 저항하는 세력이다. 리골레토가 이탈리아의 통일 국면에서 계급주의에 저항하는 시대정신이 반영된 작품이었듯 일트로바토레도 비슷한 상황의 15세기 스페인의 정치 사회적인 분위기에 감정이입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리골레토(1851) - 일트로바토레(1853) - 라 트라비아타(1853)로 이어지는 베르디 중기 오페라의 흐름 속에서 ‘마지막 벨칸토 오페라‘로 불리는 이 작품은 다른 두 오페라와는 조금 다른 면모를 보이는데, 지면 관계상 자세한 설명은 다음 칼럼에서 하도록 하겠다.

오늘 감상할 작품은 오페라 ‘일트로바토레’ 중 ‘대장간의 합창’이다. 주인공 만리코 측의 아지트 격인 대장간에서 집시들이 부르는 노래로 원제목은 ‘집시들의 합창’이다. “오페라 일트로바토레를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대장간의 합창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는 그 유명한 노래... 러닝타임 1분부터 들으면 “아하 이 노래”라는 탄성이 절로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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