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97) 베르디 (11) 오페라 아이다 (下)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97) 베르디 (11) 오페라 아이다 (下)
  • 최왕국
  • 승인 2023.08.0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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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차가운 돌무덤에 갇혀
실낱같은 희망조차 없는 그 때
홀연히 들려오는 아이다의 목소리
△최왕국 [작곡가]
△최왕국 [작곡가]

< 화려하고 장대하지만 그랜드 오페라는 아니다 >

오페라 ‘아이다’는 거액의 예산이 투입된 작품인데다가 화려한 신전과 황실, 이국적인 의상, 수많은 군중들과 전쟁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당연히 규모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랜드 오페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그랜드 오페라(그랑 오페라)는 19세기 파리를 중심으로 생겨난 오페라의 한 장르로서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하고, 5막으로 구성되며, 2막부터는 발레가 나오는 형태이다. 보통 규모도 크고 화려하긴 하지만, 규모만 크다고 해서 그랜드 오페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일단 ‘아이다’는 4막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랜드 오페라의 요건에 부합하지 않으며, 스토리가 이집트와 에티오피아의 전쟁 역사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픽션이기 때문에 역사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했다고 보기도 힘들다. 다만 2막에서 화려한 발레를 선보이는 것은 그랜드 오페라의 모습이 일정부분 투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 아이다 스토리 ② >

한편 직전 칼럼의 감상곡이며 여주 ‘아이다’가 부른 ‘Ritorna Vincitor(이기고 돌아오라)’는 아리아와 레치타티브가 융합된 신개념 아리아다. 베르디 오페라의 진보적 발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이다의 노래가 끝나고 2막이 시작되자 괴로워하는 아이다의 앞에 나타난 암네리스 공주는 갑자기 아이다에게 친한 척을 한다.

“나는 네가 에티오피아의 귀족인 걸 알고 있었고, 포로로 끌려와서 노예 생활하는 그 마음 이해하니 언니처럼 편하게 생각하고 지내” 그리고는 아이다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 거짓말을 슬쩍 흘려 본다. “너에게는 기쁜 소식일 것 같은데, 에티오피아가 승전했고 라다메스는 전사했어”

그 말을 들은 아이다는 펑펑 울었고, 라다메스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아이다의 마음을 읽게 된 암네리스는 질투심이 불타올라 아이다에게 ‘라다메스를 포기하지 않으면 재미없을 것’이라며 표독스럽게 쏘아붙인다.

< 아이다 스토리 ③ > 

그 유명한 ‘개선 행진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당당하게 개선한 라다메스는 자신의 공을 내세워 아이다와 함께할 생각에 부풀어 있지만 왕실에서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파라오의 명령이 떨어진다. “위대한 영웅 라다메스는 공주와 결혼할 자격이 충분하니, 내 사위로 삼고 후계자로 정할 것이다”

암네리스를 포함하여 모두가 즐거워했지만 라다메스와 아이다는 기뻐할 수가 없었다. 한편 에티오피아 왕이자 아이다의 아버지인 ‘아모나스로’는 아이다와 라다메스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임을 알아채고 이집트의 군사기밀인 진군 루트를 알아내 달라고 요청한다. 펄쩍 뛰는 아이다에게 그가 한 말...

“남자 때문에 조국을 배신할 셈이냐?” 아이다를 만난 라다메스는 “나의 사랑은 아이다 그대뿐이며 절대로 암네리스와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이에 아이다는 함께 에티오피아로 도망갈 것을 제안하고, 이집트 군사들을 피해서 도망가야 한다는 명목으로 라다메스를 꼬드겨 이집트군의 행로를 알아내게 되지만, 군인들을 대동한 공주와 제사장에게 들키고 만다. 라다메스는 아이다와 아모나스로의 도주를 도와주다가 반역죄로 체포된다. 

공주와 결혼하면 처벌을 면하게 해 주겠다는 회유도 거절한 라다메스는 산 채로 돌무덤에 갇히게 되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어둡고 차가운 돌무덤에 갇혀 실낱같은 희망조차 없는 그 때 홀연히 들려오는 아이다의 목소리... 

그의 사형선고 소식을 알게 된 아이다는 먼저 돌무덤에 들어가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었다. 둘은 이 땅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천국에서 이루자는 약속을 하며 사랑의 이중창을 부른다. 그 시각 돌무덤 밖에서는 자신의 못난 질투를 후회하고, 라다메스의 죽음을 슬퍼하며 두 사람의 천국 안식을 기원하는 암네리스의 노래가 울리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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