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명작 중의 명작 솔바람숲길
[기고] 명작 중의 명작 솔바람숲길
  • 김대중
  • 승인 2023.08.20 2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지 관리와 인프라에
더 많이 손길이 필요하다.
이 길을 오래오래 누리려면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김대중 [원주옻칠기공예관장]
△김대중 [원주옻칠기공예관장]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걷기의 중요성을 최초로 설파한 학자다. “걷기를 통한 발의 자극은 인간의 신경과 두뇌를 깨치게 하여 사고와 철학의 깊이를 더하게 한다”. 그는 틈날 때 마다 제자들과 걸으며 사색하고 토론을 즐겼다고 한다.

그래서 산책학파(散策學派), 소요학파(逍遙學派), 산보학파(散步學派)라고 부른다. 걷기가 인간의 신경과 두뇌 활동을 활성화시켜 지적인 활동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두뇌를 많이 쓰는 지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실제 걷기를 즐기는 이유다. 난마처럼 얽혀 복잡할 때 걸으면서 얽힌 실타래가 풀리듯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걷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맨발 걷기가 요새 원주를 강타하고 있다. 맨발걷기를 영어로 어씽(earthing)이라고 하는데 땅과의 접촉이다. 즉 접지(接地)다. 땅의 기운을 받는다. 땅의 좋은 것을 받고 발바닥을 자극해 건강해 유익하게 한다. 그런데 신발은 땅과 인간과의 연결을 차단한다. 지금과 같은 신발을 신은 것은 산업혁명 이후 2백 여 년에 불과하다. 역설적이게도 신발은 발의 보호를 넘어 구속이고 감금이 된 것이다. 신발 제조회사들의 상술까지 더해져 발을 보호하고 편하게 한다며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가끔이라도 발의 해방이 필요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어씽 열풍이 원주에 몰아닥치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아주 뛰어난 장소가 등장하면서 부터다. 맨발 걷기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됐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 원주의 어씽 열풍은 바로 치악산의 행구동 ‘솔바람숲길’ 때문이다. 솔바람숲길은 원주시가 만든 것 중 명작 중의 명작이다. 솔바람숲길이 맨발 걷기의 성지(聖地)로 불리게 된 것은 매우 뛰어난 조건 덕분이다.

도심에 인접해 접근성이 뛰어나다. 아침 먹기 전에도, 저녁 먹은 후에도 산책처럼 즐길 수 있는 위치다. 그러나 무엇보다 원주시민들을 유혹하는 매력은 바로 치악산 자락의 울창한 소나무 숲이다. 뜨거운 햇빛을 가려주는 소나무 숲과 황토흙길이 최고의 조건을 만들었다. 대나무처럼 곧게 자라고 수령이 120년이 넘은 황장목(黃腸木)은 많지 않지만, 양질의 소나무 숲이 이 길의 백미(白眉)다.

맨발 걷기를 안 해본 사람들도 소문을 듣고 찾아오고 있다. 최근 들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주차장이 부족할 정도다. 유지 관리와 인프라에 더 많이 손길이 필요하다. 원주시민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이 길을 오래오래 누리려면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자연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자연에게 주는 게 있어야 한다. 몇가지 지켜야 할 에티켓을 정리해 본다. 첫째가 고성과 음악 같은 소음이다.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좋지만 말소리와 웃음소리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 안된다. 숲에도 나쁜 행위다. 라디오나 유튜브 등으로 음악 등을 듣는 짓은 절대하면 안된다. 야만적인 행동이다. 숲에도 엄청난 스트레스가 된다. 둘째 길에 쓰레기 버리고 나무를 꺾고 못을 박는 짓은 금해야 한다. 요즘 이곳 철쭉나무들이 고사되고 있어 안타깝다. 타인과 자연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명산을 넘어 신령(神靈)스러운 산 치악산이 내린 선물을 생각하며 걷는 것은 어떤가. 2400여 년 전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사색하고 도란도란 대화하며 걷는 것은 어떤가. 바람소리, 새소리, 벌레소리를 들으며 자연과 세상의 변화를 느껴보자. 치악산 솔바람숲길의 품격에 맞는 명품 걷기 문화를 만들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