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이병률 作 / 저울
[시가 있는 아침] 이병률 作 / 저울
  • 원주신문
  • 승인 2023.10.22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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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울(이병률)

 

가슴이 두 근 반 세 근 반

그건 아마도 저울 바늘이 부산하게

왔다갔다하는 모습을 가리키는 말

힘차게 심장을 잘라 저울 위에 올려놓으면

바늘을 한 자리에 멎기 전까지

두 근 반과 세 근 반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요동을 친다는 말

심장을 어디서 쿵 하고 올려놓고 싶어

눈이 멀 것 같을때

놀랐다 횟홧해졌다가 몸을 식히느라 부산한 심장을

흙바닥도 가시밭도 아닌 그저 저울 위에

한 몇 년 올려두고

순순히 멈추지 않는 바늘을 바라보고 싶다는 말

이병률 시집 《당신은 어딘다로 가려한다》, 문학동네에서

 

사람의 마음이 무엇을 향해 옮겨간다는 것은 그 마음의 무게가 이미 기울어져 있다는 것이다. 중도니, 중용이니, 중립이라는 말은 어느 곳에도 기울지 않는 말들이다. 그러나 사람 마음처럼 변덕스러운 것도 없다. 이병률 시인은 그런 사람 마음이 한 몇 년 올려놓고 바라보아도 변하지 않는 그런 마음의 저울을 갖고 싶어졌다는 의미로 받아 읽었다. 세월이 흘러간다는 그 삶 속에 마음의 저울은 늘 그 무게가 일정하지 않다. 봄은 봄바람과 꽃 피는 날에 그 무게가 기울어져 있다가도 여름 오면 더운 날과 푸른 산, 바다를 향해 기울어져 있다. 어디 계절에만 기울어져 있을까,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삶의 생로병사 속에도 저울의 추는 매달려 있다. 그러나 영원히 사랑하고 가슴속에 묻고 싶은 그런 사람의 마음을 간직한다는 것은 행복일 것이다. 모든 사람이 행복의 저울을 가슴에 간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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