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변종태 作 / 구멍은 소리를 만든다
[시가 있는 아침] 변종태 作 / 구멍은 소리를 만든다
  • 원주신문
  • 승인 2023.10.29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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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은 소리를 만든다

변종태

 

삐끔 열린 창 틈에서

잠긴 듯 뚫린 퉁소의 구멍에서,

구멍은 클수록 저음으로 운다.

작은 구멍은 고음을 낸다.

사랑은 고음, 일상보다 한 옥타브 높은 소리를 낸다.

구멍 탓이다.

그대와 나의 헐거워진 구멍,

긴장 풀린 저음이 난다.

구멍을 스치는 바람이 소리를 만든다.

그 뒤로 하얀 물보라 밀려온다.

 

변종태 시집 『안티를 위하여』,《작가마을》에서

구멍의 의미는 다양하다. 막힘에 대한 문이 되고 길 같은 통로가 될 거다. 통로와 같은 통제는 구멍의 본질적 의미를 벗어난다. 하나 변종태 시인의 구멍은 출구, 문에 가까운 역할의 의미로 구체적 사실성만을 바라보게 하고 있다. 구멍을 빠져나가려 하는 소리의 저항, 부딪침으로부터 오는 바람은 소리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사실적 현상들을 듣고 보게 하는 시이다. 시라는 것은 부정적인 생각으로부터 더 깊은 감동을 전할 때가 많다. 구멍이 소리를 만들어 내는 듯 보이나, 구멍은 바람의 흐름을 막고 바꾸는 역할에 불과하다. 그러한 소리를 찾아내는 것은 악기를 다루는 사람이다. 소리를 아름답게 감동을 받게 만들기 위해 서는 그 연습이 부단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헐겁고 단단한 조임을 만든다 하여 소리가 흐르지 않는다. 악기의 구멍은 소리의 음을 만들기 위한 길이다. 그 길을 통해 소리가 나오기도 하고 사람의 마음이 전달되기도 한다. 변종태 시인은 구멍이 헐거우면 헐거울수록 저음이 난다고 말한다. 사람의 마음도 그러할 것이다. 퉁소의 구멍이나 사람의 마음의 틈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본질은 구멍의 크기가 아니라 얼마나 그 구멍의 용도를 잘 활용할 수 있는가를 있다고 본다. 그래야 구멍을 스치는 바람이 고운 소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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