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지방의료원 위기, 이대론 안 된다
[의정단상] 지방의료원 위기, 이대론 안 된다
  • 류인출
  • 승인 2023.11.0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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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멸을 막기 위한 정책 중 핵심인
보건의료 체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지방의료원이 제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긴요하다.
△류인출 강원도의원
△류인출 강원도의원

최근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가장 큰 숙제인 의료인력 확충과 공공의료 강화에 대한 토론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의대 입학정원 확대를 시작으로 필수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책, 해당 진료과 전문의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법·제도 정비, 지방국립대병원의 권역책임 의료기관으로서의 기능강화 등 이미 오래전에 추진되었어야 할 정책이 백화점식으로 논의되고 있다. 

그간 국민들 눈에는 소모적인 정쟁으로 비칠 수 있는 대립을 이어오던 여야 정치권이 이번에는 견해차를 좁혀 힘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각계각층의 노력이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지방국립대병원에 대한 지원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지역 내 중증질환 치료 역량이 증가한다고 하더라도 지방의료원이 제 기능을 못 한다면 의료전달체계의 완비도 불가능하다. 지방의료원이 필수진료와 배후진료를 담당하며 의원과 상급종합병원을 연결하는 허리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강원도 5개 지방의료원은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어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광범위한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앞장섰다. 음압장비 설치와 동선 변경 등 시설 변경, 필수진료과 폐쇄 등의 구조조정, 대부분 의료인력을 코로나 진료에 투입하는 인력 운용으로  빠른 진료가 필요한 급성 질환이 발생한 환자를 위한 급성기병원(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의 역할을 중단하고 코로나19 대응에 매진했다.

전담병원으로 운영된 3년여의 세월 동안 지방의료원들은 지역거점병원으로서의 진료역량이 크게 약화됐다. 필수진료과 전문의가 병원을 떠났고, 숙련된 간호사들도 줄이어 떠났다. 신규로 입사한 의료인력은 코로나19 진료 이외에 다른 임상경험을 쌓을 시간이 없었다. 여기에 더해 감염병 전담병원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어 지방의료원을 이용해야 할 환자도 돌아오지 않아 병상 가동률이 30% 미만으로 떨어졌다.  

그 결과 수도권이나 다른 지역에 비해 배후 인구가 부족하여 만성적인 경영상의 어려움에 시달리던 강원도의 5개 지방의료원은 이제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2022년 이후 중앙정부의 코로나 손실보상금이 중단되고는 적자 폭이 크게 증가하였고 부채감소 폭도 둔화됐다. 의료수익 감소로 인건비 비율이 증가하여 임금체불 가능성이 커졌고 이는 필연적으로 의료인력 이탈로 이어져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지방의료원이 지금과 같이 방치된다면 의료접근성, 치료 가능 사망률, 환자 역외유출률과 같은 주요 지표 최하위를 넘어 지역의료 붕괴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지역적 재난을 막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권역 책임의료기관 대책과 더불어 강원특별자치도 차원의 5개 지방의료원 정상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전담병원 해제 이후 급성기병원으로서의 진료 기능 회복에 필요한 기간에 대한 부족한 운영비 지원이다. 의료인력의 신규 채용과 교육훈련,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의 시설·장비 원상회복, 외래 및 입원환자 회복에 필요한 기간에 발생하는 적자는 공공의료 수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것이므로 강원특별자치도 차원의 적극적인 보전대책이 필요하다.

강원도 5개 의료원의 열악한 처우가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다. 이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지방의료원의 정상화도 불가능할 것이다. 지방의료원 직원들에 대한 처우개선으로 인력 유출을 예방하고 우수한 인적자원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지방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현명한 재정 배분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다른 부문에 투입되어야 할 재정도 급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역소멸을 막기 위한 정책 중 핵심인 보건의료 체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지방의료원이 제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긴요하다. 수혜자 부담 원칙에 따라 시군 재정 분담제 도입과 같은 재원확보 방안을 포함하여 강원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지역 완결적 공공의료체계를 만들기 위해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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