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한 해의 끝자락에서 생각해 보는 지도자의 덕목(德目)
[살며 사랑하며] 한 해의 끝자락에서 생각해 보는 지도자의 덕목(德目)
  • 임길자
  • 승인 2023.12.03 1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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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로부터 존경받는 훌륭한 사람이 되는 자기관리 중 하나는
바로 허영심에서 벗어나는 일이라 생각한다.
△도향 임길자 [문막노인복지시설 정토마을 원장]
△도향 임길자 [문막노인복지시설 정토마을 원장]

다른 새들이 볼 때는 그리 뛰어난 외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 나름대로는 남달리 우아하고 특별하다고 자만심에 도취 돼 있는 까마귀 한 마리가 있었다. 하루는 그 까마귀가 운 좋게 사냥한 고깃덩어리 한 점을 입에 물고 나뭇가지에 앉아 맛있게 먹으려고 할 때였다. 지나가던 여우는 그 광경을 보고 고기가 먹고 싶어 군침을 질질 흘렸다.

꾀 많은 여우는 가만히 있을 리 만무했다. 고기를 뺏으려고 잔머리를 굴리며 까마귀에게 말했다. “어쩜 당신은 예쁘고 날씬한데다가 아름다운 깃털까지 지녔어요. 당신 같은 아름다운 까마귀는 정말 난생 처음 봐요. 당신의 목소리도 외모만큼이나 아름답다면 당신은 새 중의 가장 아름다운 새가 아닐까 싶어요”

귀가 얇은 까마귀는 여우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 어쩔 줄 몰라 했다. 여우의 말대로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까마귀는 고기를 물고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입을 크게 벌려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순간 입에 물고 있던 고깃덩어리는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여우는 기다렸다는 듯 땅바닥에 떨어진 고기를 잽싸게 주워 입에 물고 “네가 판단력까지 갖추었다면 정말 새들의 왕이 되기에 손색이 없었을 텐데...”라고 했다는 이솝우화다.

까마귀는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고, 여우의 거짓 칭찬에 놀아난 자신의 무지에 허망했을 것이다. 허영심(虛榮心)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허영심은 지나친 자존심의 표현으로 명예 때문에 주목을 끌고자 하는 비정상적인 감정의 표현이기도 하다. 자신의 내면을 스스로가 가장 잘 알 것 같지만 때로는 허영심에 사로잡혀 현실이 무시되기도 한다.

심리학자들은 허영심을 특히 존경받고자 하는 욕구와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성공, 권력, 권위, 지위, 명망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건강한 사람은 자신의 분수를 알아차리고 스스로의 내적 기운으로 조절방법을 찾을 것이다. 지나친 허영심에 사로잡히면 끝없는 욕심이 일어나고, 때로는 자신의 능력 밖의 일에 휘말려 사회적 무리를 일으키는 사례를 우리는 종종 보아왔다.

그래서 자신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지적 학습이 필요하다. 이상과 현실 간의 차이를 극복하며 내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구성원으로서의 덕목이라 생각한다. 많은 이들로부터 존경받는 훌륭한 사람이 되는 자기관리 중 하나는 바로 허영심에서 벗어나는 일이라 생각한다. 세상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칭찬을 수단으로 타인을 유혹하는 여우같은 존재들이 더러 있으니 말이다.

독일의 사회경제학자이며 철학자인 막스베버(Max Weber)가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중요하게 다루었던 카리스마에 관해 “이상적인 정치인은 명확한 합리성과 전문성 그것 이상의 무엇을 필요로 하는데 그것이 바로 카리스마다”라고 말하여, “사회적·경제적 환경 속에서 불가피하게 부과되는 제약 등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덧붙혔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그의 지지자들이 그에게 헌신하는 것이다.

지지자들은 추상적인 원칙들의 집합이나 특색이 없는 관료를 믿는 것이 아니라 두드러질 수 있는 한 인간을 믿는데, 그런 점이 그가 형성하는 권위의 바탕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재능은 전문기술처럼 가르칠 수도 없고, 합리적 체계에 의해 통째로 심어질 수도 없는 것이다”라고도 했다. 다사다난했던 계묘년이 저물어 간다. 여러 가지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많은 국민들은 국가를 믿고 지도자들을 의지하며 겸손하게 주어진 일상에 성의를 다 했던 한해다. 물속에는 물고기만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이 세상에는 진짜와 가짜만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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