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팝송 이야기] (6) Scarborough Fair ②
[최왕국의 팝송 이야기] (6) Scarborough Fair ②
  • 최왕국
  • 승인 2023.12.24 2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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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국 [KBS오케스트라 편곡자]
△최왕국 [KBS오케스트라 편곡자]

사이먼 & 가펑클이 커버한 ‘스카보로 시장’에는 액자형으로 ‘Canticle’라는 노래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소년병사에 관한 시로 듣는 이의 가슴을 저미는 내용이다. ‘반전 평화주의자’로도 유명한 사이먼의 사회 참여적 성향이 짙게 나타난 가사라고 볼 수 있다.

< 다양한 커버곡들 >

이 노래는 사이먼 & 가펑클 외에도 ‘켈틱우먼(Celtic Woman)’, ‘사라 브라이트만(Sarah Brightman)’, ‘에이미 너텔(Amy Nuttall)’ 등 수많은 가수들이 커버했는데, 사이먼 & 가펑클 외에는 ‘Canticle’을 포함하여 부른 경우는 많지 않으며, 가수의 성별에 따라 ‘그녀’가 ‘그’로 바뀌어 나오기도 한다. 사라 브라이트만의 경우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남성 그룹 ‘포레스텔라’가 불후의 명곡과 열린 음악회 등에서 이 노래를 불렀는데, 이들의 노래에는 ‘Canticle’이 포함되어 있다. 구조상 솔로 가수들은 Canticle을 포함시켜 부르기 어렵지만 중창에서는 가능하다.

< 켈틱한 분위기의 노래 >

이 노래의 커버곡들 중 ‘켈틱우먼’의 노래는 가수의 이름답게 최대한 켈틱한 풍으로 편곡하여 연주되었다.

여기서 ‘켈트 음악’이란 켈트족 문화권인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등지에서 애창되어지는 음악을 말하는데, 켈트족은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 흩어져 살고 있지만 ‘켈트 음악’이라고 하면 주로 아일랜드인의 음악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이 노래에는 ‘Dorian 6th’가 포함된 화음이 자주 나오기 때문에 더욱 켈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Dorian 6th’는 단조 음계의 6번째 음인 ‘파’에 ‘샾(#)’을 붙이는 것인데, 전문 용어인 관계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겠다.

켈트음악은 때로는 잔잔하고 단조로운 선율에 아련하고 애달픈 신비로운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즉석에서 춤이 나올 것만 같은 흥겨운 리듬도 나온다.

아일랜드는 오래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지만 아직도 북아일랜드 지방은 영국령으로 남아 있으며, 영국령 북아일랜드나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자신들이 영국인으로 불리는 것을 꺼린다고 한다. 월드컵 축구경기에서 스코틀랜드가 따로 출전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일 것이다.

< 가사 해설 ② >

원곡 가사에서 화자(話者)는 ‘그녀’가 수행하기 어려운 주문을 하면서, 그게 실현된다면 그녀는 나의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녀 또한 남자에게 불가능한 요구로 화답하는데, 이들의 요구사항은 이를테면 아래와 같은 것들이다.

“바느질 표시가 나지 않는 옷을 지을 것, 바닷물과 바닷가 사이의 땅을 구할 것, 가죽 낫으로 추수할 것, 이삭이 한 톨도 떨어지지 않게 할 것”

이렇게 옛 연인에게 불가능한 요구를 하는 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체념이 깔려있어 더욱 애달픈 마음을 자아낸다. 또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사랑은 모든 불가능한 것들을 가능하게 해 준다”는 역설적인 해석도 가능하다.

< 가사 해설 ③ >

액자형으로 포함된 ‘Canticle’의 가사는 ‘스카보로 페어’ 원가사보다 더욱 심오하고 상징적이다.

snow-crested brown blankets and bedclothes

“눈 덮인 갈색 담요와 잠옷”

Sleeps unaware of the clarion call

“전투를 알리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잔다”

‘잔다’고 표현했지만 사실 이 소년은 전사한 것으로 보여지며, ‘눈 덮인 갈색 담요’란 무덤을 뜻한다고 보는 게 분위기상 적절한 해석이다.

Generals order their soldiers to kill

And to fight for a cause they‘ve long ago forgotten

장군들은 이미 오래전에 잊혀진 대의명분을 위해 군인들에게

“싸워라, 죽여라” 명령한다.

전쟁의 잔혹성과 부조리함을 표현한 반전 평화주의 가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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