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윤 석 중
아기가 잠드는 걸
보고 가려고
아빠는 머리맡에
앉아 계시고,
아빠가 가시는 것
보고 자려고
아가는 말똥말똥
잠을 안 자고.
광복 40년 교과서 시들에서
이 시는 동시다. 어쩌면 운율을 맞추기 위하여 ‘앉아 계시고’라는 올림말을 썼다. 이는 ‘아빠가 아가 옆에 앉아 있고’라는 표현이 맞는 표현이라 생각 한다. 단지 운율을 강조하고 대칭적 표현을 통한 시적 흐름을 강조하기 위하여 존경어를 쓴 것인데 시에서도 이러한 존경어 사용에 있어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시에서 단순한 이치를 말하는 듯 하나 우리 생의 가장 큰 삶의 무게를 주는 이치다. 아기가 잠들기를 바라는 아빠, 아빠가 먼 길 가기를 기다리는 아가의 두 심정을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끈끈한 정이 있다. 無言(무언)의 이 情(정)은 사람의 도리를 말함이다. 아비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 말도 못하는 자식이 아비에 대한 무의식의 사랑 같은 시간을 통해 끊임없이 말해주고 있다. 세상 이치는 이 과정 속에 담아 놓은 삶이 아닌가 생각하게 하는 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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