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팝송 이야기] (7) 철새는 날아가고 (El Condor Pasa) ①
[최왕국의 팝송 이야기] (7) 철새는 날아가고 (El Condor Pasa) ①
  • 최왕국
  • 승인 2024.01.07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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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국 [KBS오케스트라 편곡자]
△최왕국 [KBS오케스트라 편곡자]

번안곡 「스카보로 페어」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사이먼 & 가펑클은 1970년 「철새는 날아가고(El Condor Pasa)」를 번안하여 또다시 대중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사실 우리말로 번역된 제목에서 ‘철새’라는 말은 오역(誤譯)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Condor’는 철새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노래의 원산지는 잉카제국의 후예인 페루다. 페루인들은 이 멜로디에 여러 가지의 가사를 붙여서 노래하곤 하는데, 페루의 아픈 역사와 독립운동가 호세 가브리엘 콘도르칸퀴(1738-1781)를 추모하는 노래가 그 대표적인 케이스다.

< 원작자 논란 >

「엘 콘도르 파사」의 공식 작곡자는 페루의 작곡가 다니엘 알로미아스 로블레스(Daniel Alomias Robles, 1871~1942)로 알려져 있다. 그는 안데스 지역의 민요를 채집하여 이 곡을 만들었는데 과연 이걸 작곡이라 할 수 있을까?

필자의 답은 Yes다.

작곡을 뜻하는 단어 ‘composition’은 직역하면 ‘구성’이다. 중세 유럽에서 작곡이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다기 보다는 기존의 멜로디들을 재구성하는 것을 의미했다. 훗날 쇼팽(폴란드), 리스트(헝가리), 드보르작(체코), 윤이상(한국), 차이코프스키(러시아) 등 클래식 작곡가들도 각 지역의 민속 음악들을 채집하여 작품에 반영했으며 평론가나 이론가들도 별다른 이견 없이 그 작곡가들의 작품이라 인정하고 있다.

뮤지컬 「엘 콘도르 파사」에 사용된 이 곡은 로스 잉카스(Los Incas) 악단의 레파토리가 되었고 그 연주를 들은 폴 사이먼은 큰 감동을 받아 이 곡에 가사를 붙여서 불렀다. 그런데 로스 잉카스가 이 곡을 작자 미상의 민요라고 소개한 탓에 사이먼은 자신의 곡으로 발표를 했고, 한바탕 소동을 겪은 후 로블레스를 공동 작곡가로 올렸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비록 이 노래가 사이먼의 오리지널 작품은 아니지만, 이 곡이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데는 사이먼 & 가펑클의 공이 컸다고 할 수 있다.

< 페루의 국보급 민요 >

수백 개의 멜로디와 수천 개의 가사로 불리어지고 있다는 「엘 콘도르 파사」는 페루인들에게는 거의 국가(國歌)에 버금가는 수준의 노래다.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아리랑 정도의 국보급 민요인 셈이다.

이렇게 수많은 버전들 중 페루의 아픈 역사와 독립운동 이야기를 담은 노래가 있는데, 이것은 페루 민족의 고유 언어인 케츄아(Quechua)로 되어 있다.

< 가사 해설 ① >

“나는 달팽이보다는 차라리 참새가 되겠어요”로 시작되는 사이먼 & 가펑클의 번안곡은 케츄아 가사와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보이지만, 사이먼의 가사도 곱씹어 보면 독립을 염원하던 페루인들의 심정과 많이 다르지는 않아 보인다.

일단 오늘은 사이먼의 가사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지면 관계상 중요한 부분만 언급했고, 그 대신 영어 가사와 한글 번역이 함께 있는 유튜브 영상을 링크했다.

I'd rather be a sparrow than a snail.

나는 달팽이보다는 차라리 참새가 되겠어요

Yes, I would. If I could, I surely would.

네, 꼭 그렇게 할 거예요. 할 수만 있다면 반드시...

이 짧은 두 행의 가사에 ‘의지’를 나타내는 will의 과거형 would가 3번이나 나오며, 2행 말미의 ‘surely’와 더불어 화자(話者)의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다.

멜로디에 맞추기 위하여 처음에는 I’d로 줄여서 나왔지만, 두 번째 행에서는 ‘I would’로 나오며, 이 때 ‘~할 수 있다면’의 ‘could’와 함께 라임을 이루고 있다.

이후 가사는 “못이 되느니 망치가 되겠다”, “길이 되느니 숲이 되겠다”, “(백조처럼 자유롭게) 항해를 하겠다”는 말로 자유를 향한 갈구를 나타낸다. 케츄아 가사와 비슷한 정서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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