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4.10 총선과 ‘언어의 화장술’
[비로봉에서] 4.10 총선과 ‘언어의 화장술’
  • 심규정
  • 승인 2024.03.17 20:42
  •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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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진 후보의 진면목을 보기 위해
마음의 눈을 더 크게 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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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기는커녕 천냥 빚을 질지도 모른다’라는 속담이 있다. 자신의 생각이나 의지, 느낌 등이 압축된 코멘트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코멘트력 혹은 말센스를 통칭해 레토릭(rhetoric, 수사학修辭學)이라고 하는데, 말하는 이와 그 레토릭의 변주에 따라 진심인지, 속임수인지 우리는 얼추 가늠할 수 있다.

영국인들이 불문율로 여기는 ‘스피치의 3S 원칙’이란 게 있다. 바로 ‘짧게 이야기 할 것’(Short), ‘인상적이고 의미있는 이야기를 할 것’(Sense), ‘짜릿한 메시지가 있을 것’(Salt)을 말한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레토릭을 통해 설득의 정수를 보여주려 애쓴다. 4.10 총선을 앞두고 말의 파편이 때론 향기를 내뿜는 화살처럼, 때론 감정의 배설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4.10 총선은 말의 성찬이다. 달변가인 더불어민주당 원창묵 후보(원주갑)는 ‘말꾼보다 일꾼, 정쟁보다 정책, 발로 뛰는 우리동네 마당발’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중앙정치의 대변인이 아니라 시민의 대변인’문구에서는 은근슬쩍 국민의힘 박정하 후보를 겨냥하고 있다. “저는 시장 재직 중에 매달 정기적으로 기자회견을 했는데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 마저도 생략하네요”라며 비교대상을 불통논란을 빚는 대통령으로 정해 자신이 체급이 다른 ‘소통의 명수’임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스피커’인 박정하 후보는 “더 큰 원주시를 위해 막혀있던 혈맥부터 뚫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뜬구름 잡는 허황된 공약은 하지 않습니다. 체급이 다릅니다”는 물론 “동네에서만 알아주고 중앙에선 존재감 하나 없는 정치인으론 안 됩니다”라며 원창묵 후보에게 응수하는 듯한 코멘트를 날렸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진과 함께 “지난 보궐선거때 선물받은 36사단(군인) 양말을 다시 꺼내 신습니다”라는 글을 남기며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지역 최초 내리 3선 등정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후보(원주을)는 어릴적 자신의 부모님 직업을 빗대 ‘떡방앗간집 아들’ 이라며 서민의 아들을 내비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 터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에게 “숨통을 틔워드리겠습니다”거나 “칠흑같은 망망대해에서도 밝은 불을 밝혀주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그는 캐치프레이즈로 ‘심(心)부름꾼 송기헌’을 강조하며 진심을 다하겠다고 호소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기획재정부 출신 30년 예산 전문가를 강조하는 국민의힘 김완섭 후보는 ‘지금! 원주에 예산폭탄’, ‘뭉칫돈이 모이게 만들겠습니다’라는 귀가 솔깃하고 임팩트 강한 직진형 멘트를 날렸다. 정치 신인답게 ‘내 편’과 ‘네 편’으로 구분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닌 ‘우리’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선거가 끝나면 떠날 것이란 시중의 여론을 의식해 “당선 유·무와 관계없이 지역을 끝까지 지키며 지역발전에 힘을 보태겠다는 다짐과 확신의 답변을 드리겠습니다”라고 어필했다. 

선거 때만되면 각 캠프에서는 후보의 친숙한 이미지 메이킹과 함께 경쟁후보와의 차별화를 통해 표심을 파고 들고 있다. 설득과 이해력을 높여 후광효과를 만드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중앙정치권에서는 일부 후보들의 과거 막말, 설화가 거센 후폭풍을 낳고 있다. 막말이 정치필수품이 된지 오래지만, 원주갑을 선거구 여야 후보들 가운데 막말러는 없고, 가급적 점잖은 언어를 구사하며 자신을 홍보하거나 상대에 대한 견제구를 날리고 있어 다행이다.

말은 언격(言格)이요, 더 나아가 인격(人格)이라고 했다. 빈티지 와인이나 장맛처럼 오랜 숙성과정을 거쳐 자신의 것으로 인정받게 된다. 그러나 과도한 언어의 화장술, 조물조물 버무려진 이미지로 상대후보를 향한 공세적인 모습을 취할 때 오히려 그릇된 이미지를 심어준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 가려진 후보의 진면목을 보기 위해 마음의 눈을 더 크게 떠보자. 와글와글, 수근수근, 웅성웅성...시민들이여! 지금 후보들의 말의 메아리가 귓전에 어떤 의미로 파고드는가? 진심을 담은 후보의 달콤한 속삭임이 들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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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작가 2024-03-24 19:41:27
원주시민 사회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고 경쟁력 있는 발전기반을 만들어 주십시오^^~^^

태장동 2024-03-18 14:29:00
입만 열면 여기저기 다 해결하겠다네. 국민혈세가 네꺼야

반곡동 2024-03-18 14:25:10
우리 가족은 정했어요. 늙다리 말고 영다리로, 말꾼보다는 일꾼으로^^

원주시민 2024-03-18 10:34:40
음~~여야를 떠나 교만한 기득권 싫어요. 참신성 좋아요.

김대중대기자 2024-03-18 10:32:39
당근 song보단 kim이쥐, park보단 won이구 다들 알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