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보랏빛 꿈’ 인구 50만 명 도시와 원주시의 스텝
[비로봉에서] ‘보랏빛 꿈’ 인구 50만 명 도시와 원주시의 스텝
  • 심규정
  • 승인 2024.03.24 20:21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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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과잉개발, 낭비적 개발은
후속인구 즉, 20대까지의 유아, 청소년, 청년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C}{C}{C}{C}{C}{C}{C}{C}{C}{C}{C}{C}{C}{C}{C}{C}{C}{C}{C}{C}{C}{C}{C}{C}{C}{C}<!--{cke_protected}{C}%3C!%2D%2D%5Bif%20!supportEmptyParas%5D%2D%2D%3E--> <br>
△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 

원주 2040 장기발전종합계획이 내달 중순쯤 공개될 예정이다. 이미 윤곽은 드러나 보인다. 최근 보고회를 통해 공개된 내용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경제제일도시 원주’를 슬로건으로 인구 50만 명, 지역내총생산(GRDP) 2배, 관광객수 2배를 목표로 내걸었다는 점이다. 오래전부터 들어왔던 꿈의 수치다. 이를 위해 활력있는 일자리 창출, 매력있는 공간 조성, 실력있는 인재 육성이란 3대 목표아래 7개 아젠다, 75개 사업을 제시했다. 

원주 2040 장기발전종합계획은 단기, 중기, 장기에 따라 도시의 미래상과 기본골격을 제시하고 있어 시민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쉽게 말해 원주시가 나아가야 할 지침서, 나침판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원주시가 제시한 어마어마한 꿈의 크기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꿈의 종착역 그 수치를 뜯어보자. 

우선 인구 50만 명. 지난 2023년 12월 말 현재 원주시 인구는 36만 1,500명이다. 앞으로 13만 8,500명이 증가해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충북 제천시 인구(12만 9,541명)이상 증가해야 가능하다. 목표인구 50만 명은 10년 전인 지난 2014년 6월 원주시가 2030년 도시기본계획에서 제시한 것과 같다. 고민한 흔적이 역력해 보이는 대목이다. 

다음은 지역내총생산. 전자정부 누리집인 공공데이터포털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지역내 총생산은 9조 5,730억 원이다. 두 배라고 하니 약 19조 원을 목표로 설정했다. 마지막으로 관광객을 보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주요 관광지점 입장객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원주시 26개 지점 1곳당 평균 관광객이 12만 2,024명으로 파악됐다. 약 317만 명이 방문한 셈이다. 오는 2040년 약 600만 명이 방문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서울 종로(4개 지점, 평균 입장객 143만 명)와 맞먹는 수준이다. 

물론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꿈은 클수록 좋다고 했다. 웅대한 꿈, 유토피아를 향한 꿈은 좋다. 허황한 꿈이 현실화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더 짜릿할 수 있다. 다만, 꿈의 사이즈가 현실과 부조화를 일으킬 경우 헛된 미망이 되지 않을까? 제대로 된 현실 진단이 필요해 보인다. 지금까지 도시기본계획, 중장기발전계획의 기본 뼈대가 되는 계획인구, 정주인구는 고속성장시대 인구팽창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인구 추이는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원주시 인구 곡선은 암울한 수준이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이후 매년 많게는 5,700명에서 적게는 2,400명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 2023년 1,000명대 이하(696명)로 곤두박질쳤다. 올들어 1, 2월 내리 감소하고 있어 인구절벽의 전조라고 볼 수 있다.

△ 혁신도시 전경 [사진=원주신문DB]

인구 오너스(onus, 악재)가 현실화된지 이미 오래다. 저출산·고령화, 비혼·만혼, 1인 가구화, 이에 따른 생산가능인구의 하락으로 인구 구조 회복이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앞으로 호경기보다는 불경기가 지속될 것이란 전문연구기관의 연이은 경고는 재정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지방재정을 더욱 약골로 만들어 초긴축 재정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2024 트렌드 코리아』에서 정주인구보다 지역을 자주 방문하고 소비 활동을 하는 관계 인구에 방점을 찍는 유연도시 리퀴드폴리탄(Liquidpolitan)이 주목받는다고 강조했다. 액체를 뜻하는 리퀴드(liquid)와 도시를 뜻하는 폴리탄(politan)의 합성어로, 액체처럼 유연한 도시를 말한다. KTX, SRT, GTX 등 지역 간의 기동성을 극대화시키는 교통의 발달은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편입시킨다.

접근성 탁월이란 양날의 검이다. 사실상 수도권인 원주시는 출퇴근 거리이므로 정주 인구 목표치는 어림도 없고, 오히려 지역경제 활성화에 나쁜 영항을 미칠 수 있다. 그동안 누누이 지적됐던 체류형 관광지보다는 경유형 관광지가 더욱 고착될 수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과잉개발, 낭비적 개발은 후속인구 즉, 20대까지의 유아, 청소년, 청년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비전은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관점을 말한다.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시대흐름에 대한 통찰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과도한 비전은 현실을 고려해 조정해야 한다. 각종 음울한 통계에 도사린 나쁜 잉태의 징조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 인구 볼륨을 잔뜩 높여 하울링을 일으키는 양적성장이 아닌 질적성장을 고민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밀도 있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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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작가 2024-03-24 23:36:14
잘 읽었습니다. 인구볼륨, 밀도 있는 삶 등등 많은 현실적인 고민을 하게 만듭니다^^감사합니다^^

무실동 2024-03-24 20:54:14
낭비시정, MOU시정, 일꾼보다는 말꾼시정.....결국 일회용?

원주민 2024-03-24 20:48:02
치악뉴스 실제 주인이 누구요? 반창고인가요

원주시 2024-03-24 20:46:04
현 원주시는 양적 성장도 안되고 질적 발전도 안되는 진퇴양난이군 볼일 다 본거지~ㅋ

현실직시 2024-03-24 20:33:53
무의미한 성장 정책대신 시민들 삶의 질 향상에 신경 써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