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 칼럼>원주시 공무원 자살을 접하고...
<이재구 칼럼>원주시 공무원 자살을 접하고...
  • 이재구
  • 승인 2017.02.2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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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구 <변호사>

대학에 입학한 아들과 차를 타고 가다가 아들에게 인생에 대하여 한마디 하였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 살다보면 어려운 일을 겪을 수밖에 없고 위기를 극복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들이 “Whatever doesn‘t kill you makes you stronger” 이런 말 아니냐고 했다. “뭐라고? 다시 한 번 말해봐, 천천히...” 무슨 말인가 자세히 들어보니 이 표현은 '죽지 않을 만큼의 고통은 사람을 더 강하게 만든다'는 뜻이었다.

최근 어떤 분이 내가 쓴 법률칼럼 책 ‘법보다 사람’을 사가지고 와서 '저자의 서명'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뭔가 거창한 말을 쓸까 생각하다가 그냥 아들이 말했던 영어를 써 드렸다. 얼마후 그분을 만났더니 그날은 돋보기가 없어서 무슨 내용인지 잘 몰랐는데 집에 가서 자세히 보니 아주 마음에 든다고 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 말은 독일의 철학자 니체가 우상의 황혼이라는 책에서 한 말이었다(The twilight of the Idols). 최근에는 마블 영화인 '어벤저스'에서 빌런 울트론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켈리 클락슨의 ‘Stronger(What doesn’t kill you)’라는 노래에도 이 말이 나온다.

엄청난 고통을 극복하면 정말 정신적으로 매우 강해지는 것일까? 스트레스가 과도하게 되면 우울증 증세가 나타나게 되고,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이 심해지면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죽을 만큼 큰 고통은 사람을 병들게 하기도 한다.

최근 뇌물죄로 재판을 받고 있던 시청 공무원이 판결선고를 앞두고 자살을 기도하였다고 한다. 얼마 전 롯데그룹 2인자인 이인원 부회장이 수사과정에서 자살했다. 이인원 부회장은 신동빈 일가를 제외한 외부인으로는 이례적으로 부회장에 취임하는 등 신 회장의 신임에 대하여는 의심의 여지가 없던 사람이었다.

수사나 재판을 받는 동안 엄청난 심적 고통을 받았던 것 같다. 최근에 김정남이 살해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권력자는 정적을 아예 제거하려고 한다. 권력을 강화시키는 방법은 반대파를 망하게 하거나 제거하는 것이다. 러시아의 경우 반체제 인사들이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되거나 총격을 받아 사망하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KGB출신의 푸틴 대통령의 지시나 묵인이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니체가 한 말은 죽지 않으면 더 강해지는 것(stronger)이지만, 이러한 정치적 환경에서는 또 다른 테러를 두려워하면서 떨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살벌한 현대사회에서는 조직에서 왕따가 되거나 버림받게 되면 방황하는 신세(suffer, bitter, stranger)가 되고 만다.

'다크나이트'라는 영화의 조커는 "당신을 죽일 수 있을 정도의 고통과 시련은 사람을 미처버리게 만든다"(Whatever doesn‘t kill you makes you suffer)는 명대사를 남겼다. “I believe whatever doesn’t kill you, simply makes you stranger” 버림받아 더 강해질 수 없게 된 사람, 또 다른 테러 위협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더 강해지기 이전에 힘든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정신병자가 되거나 자신의 삶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고, 진짜 살아남아도 비통하고 슬프고, 분노만 남게 된 힘든 사회가 되었다. 이런 살벌한 현대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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