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닭 쫓던 개 지붕쳐다 본’ 바른정당 탈당파
<비로봉에서> ‘닭 쫓던 개 지붕쳐다 본’ 바른정당 탈당파
  • 심규정기자
  • 승인 2017.05.08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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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

지난 1월16일은 개혁적 보수를 기치로 내건 바른정당 도당이 창당한 날이다. 당시 행사장인 아모르컨벤션웨딩은 당원들로 꽉 들어차 열기는 기대이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필자는 현장에 있었다. 황영철.권성동 국회의원은 도당 공동위원장에 임명됐다. 두 의원은 공교롭게도 당시 TV스타로 부각된 인물들이었다. 권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때 탄핵소추 위원장, 황 의원은 생중계된 국정조사에서 송곳질문을 통해 증인과 참고인들을 쩔쩔 매게 했다. 그들의 소신발언, 행동에 온 국민은 열광했다. 권 의원은 이날 수락연설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 “좋은 점은 계승 발전시키고 잘못된 것을 고치는 게 보수의 본질이다. 친박 패권세력은 책임지지 않는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황 의원은 “제가 1995년 당시 31살의 나이로 신한국당에 입당해 21년째 새누리당을 지켜왔다”며 “지금은 떠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3선 중진의원인 두 의원은 도내 9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선수(選數)가 가장 높다. 검사출신(권성동), 서울대 출신으로 개혁적 보수인사(황영철)란 호평을 받았다. 그런데 이들 2명이 바른정당 창당 99째 되는 날 탈당선언과 함께 자유한국당 복당을 선언했다. 여론은 싸늘했다. ‘힘의 논리로만 움직인다’, ‘철새 정치인의 롤모델이다’, ‘친박 적폐세력 척결을 외치더니 스스로 적폐소굴로 들어갔다’며 대부분 뻔뻔스럽고 역겹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탈당 선언 하루 뒤 황영철 의원은 여론의 뭇매에 당 잔류를 선택했지만, 평소 진중하기로 알려진 그의 언행에 비춰볼 때 ‘깃털처럼 너무 가볍게 행동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들 두 의원의 ‘탈당후 자유한국당 복당선언’으로 바른정당은 사실상 ‘김 빠진 맥주’처럼 와해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그들이 탈당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진보좌파의 집권을 막기 위해’, ‘보수정권 재창출을 위해서’ 라고 했다. 그런데 이런 듣기 좋은 명분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득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를 일이다. 현재의 비판적 여론과 당내 복잡한 역학구도를 감안하면 앞으로 대통령선거 이후 ‘되로 주고 말로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수 있다. 이 사태에 대해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핵심 당원들은 지금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선거 끝날 때 까지 가만히 있겠지만, 선거후 본격적인 문제제기에 나설 것”이란 당내의 격앙된 분위기를 귀뜸했다. 이 문제를 제대로 교통정리하지 않을 경우 내년 지선을 앞두고 또 한차례 홍역을 치룰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SNS에는 이들 탈당파들의 가슴에 비수를 꽃는 촌철살인의 글들로 넘쳐나고 있다. ‘소신도 개념도 없다’, ‘닭쫒던 개들’, ‘ 반기문 처다보다, 홍준표에 목줄 맡겼다’등. 오죽했으면 친박 맏형인 서청원 의원 마져 “벼룩도 낯짝이 있지,,,”라며 혀를 끌끌 찼을까.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강준만 교수는 ‘정치는 쇼 비즈니스’라고 했다. 정치인은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탤런트적 기질, 여러 개의 얼굴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불가피하게 ‘악마와도 손잡기를 할수도 있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대선국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탈당 신파극’은 국민의 눈높이와는 거리가 먼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는 것은 그져 여의도 인력시장의 모리배(謀利輩)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결과맹신주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흔들리고 있는 자신들의 정치적 위상을 타개하기 위한 ‘기회주의.보신주의’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정치인들의 이런 무개념 모습에 국민들 사이에 정치염증, 혐오증이 더욱 도지고 있는 것이다. 얄팍한 계산에 매몰돼 정치적 신의를 저버리는 작금의 작태는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자유한국당으로의 유턴보다는 바른정당에서 책임지는 정치, 도리를 다하는 정치를 펼치며 올곧게 직진하는게 정답이 아닐까. 잘못된 U턴은 자칫 노도와 같은 여론의 역풍에 대형참사로 이어질수 있다. 선거때마다 반복되는 정치권의 이합집산은 우리 정치권의 고질병인 것 같아 씁쓸한 마음 지을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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