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맹꽁이와 개구리들의 합창
<세상의 자막들>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맹꽁이와 개구리들의 합창
  • 임영석
  • 승인 2017.07.17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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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석<시인,문학평론가>

비가 오니 맹꽁이 소리와 개굴개굴 개구리 소리가 내 창문을 넘어 들려온다. 맹꽁맹꽁 개굴개굴 참으로 정겨운 소리다. 나는 개구리 소리, 맹꽁이 소리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 밤마다 창문 밖에서 들리는 이 소리가 어떤 음악보다도 어떤 삶의 강연보다도 따뜻하고 뜨겁게 들려오기 때문에 한밤에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러나 이런 맹꽁이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는 것은 나에게는 행운이란 생각이 든다. 저 맹꽁이들과 개구리들의 소리가 나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예술적 공간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어느 미술관의 그림이 저 소리만큼 풍부한 미적 울림을 줄 것이며, 어느 음악회의 악기가 저 소리만큼 심미안적 울림을 줄 것인가. 사람의 인위적 행위로는 도달할 수 없는 소리들을 무상으로 해마다 들려주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자연의 공간이 점차 좁아지고 줄어들고 있다. 내가 처음 원주 행구동에 이사를 왔던, 27년 전에는 치악산 줄기가 그대로 봉산동 경찰서 앞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산맥이 수변 공원 주변에서 끊겨 치악산만 삐쭉 솟아있다는 느낌이다. 그 치악산 줄기의 산들이 품었던 자연의 소리는 무궁무진했다. 소쩍새 소리, 부엉이 소리, 논밭에 살았던 개구리와 맹꽁이들이 사라지고 도시의 건물로 바뀌어 있다.

개구리 소리가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할 것이다. 아니 서푼어치도 안 되는 맹꽁이 울음이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할 것이다. 자연은 한번 잃으면 사람이 그 자연을 복원하는데 몇 백 년이 걸릴지 모른다. 도시를 개발할 때 생태조사를 하고 역사적 자료를 조사하는 이유는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을 위해 사라져 멸종될 수 있는 환경을 멈추고자 하는 것이다. 환경오염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아무리 사람들이 미세먼지를 측정하고 대기오염을 측정하고 물의 오염을 측정해도 그 수치만으로는 사람이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맹꽁이 소리가 들리고 개구리 소리가 들리는 자연의 소리만큼 확실한 답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먼 미래는 맹꽁이 소리와 개구리 소리를 듣기 위해 개구리나 맹꽁이가 살 수 있는 자연환경을 조성한 곳으로 여행을 해야 들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사람이 먹고사는 일자리만 생각하는 세상에서 맹꽁이 소리는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마지막 저항 같은 울림처럼 들린다.

〈열무김치 / 담을 때~는 / 님 생각이 절로나서 / 걱정 많~은 이 심정~을 / 흔들어~ 주~나 논두렁~에 맹꽁이야 / 너는 왜~~ 울~어 / 음~~~~~ ~/ 걱정 많은~ 이 심정을 / 흔들어~ 주나 / 맹이야 꽁이야 / 너마저~ 울어 / 아이고나~ 요~ 맹꽁아 / 어이나~~ 하리〉

박단마 노래, 작사 이부풍, 작곡 형석기 씨의 『맹공이 타령』 가사 1 절이다. 열무김치 담는 6월이나 7월에 님 생각 절로 나는 날에 나를 흔들어 깨우는 맹꽁이 소리에 그리움을 호소하는 노래다. 이러한 노래의 소리도 잘 기억되지 않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그만큼 자연과 멀어져 사람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의 공원을 한 번 생각해 본다. 조경이 잘 가꾸어져 있고, 잔디밭에다가 조각상들이 그럴 듯이 잘 어울리게 만들어져 사람이 와서 편히 쉴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사람 편의시설 위주의 공원을 만들다 보니 자연의 소리는 담을 수 없는 게 요즘 도시 공원들의 모습이다. 너무 사람 위주로 만들다 보니 사람 눈에 거슬리지 않는 공원이 되어 있을 뿐이다. 자연의 숨소리가 나무나 잔디 외에는 들리지 않는다. 여기에 자연의 생태계를 조합한 공원이 더하여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해 본다.

이왕이면 도심공원에서도 맹꽁이 소리가 들리고 개구리 소리가 들리는 그런 공원이 조성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갖는다. 또한 내 서재 밖에서 들리는 맹꽁이 소리가 더 멀리 달아나지 않고 나와 함께 살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것도 나의 꿈이다. 언제 저 논밭이 개발되어 맹꽁이 소리가 사라질지 모른다. 그래도 지금까지 참 오랫동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맹꽁이들의 맹꽁맹꽁 소리와 개구리들의 개굴개굴 소리, 그 울음 안쪽에다가 많은 생각의 집을 짓고 살았다. 고맙다. 맹꽁아! 이 가난한 시인은 맹꽁이 너희들 울음소리를 듣는 게 가장 큰 행복이고 기쁨이었다. 부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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